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 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신문사와 기자들의 이메일에 하루도 빠짐없이 배달되는 홍보성 메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경찰관들이 보내는 홍보성 자료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최근 일선 경찰관들의 홍보청탁도 부쩍 늘었다 그 중 제일 많은 것이 독자투고 형식의 홍보자료다. 치안에 힘써야할 경찰관들이 이처럼 홍보에 목매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찰 수뇌부가 만든 잘못된 평가표 때문이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은 매년 경찰서·부서별로 성적을 매기고 있다. 치안, 홍보, 청렴 등 기능별로 점수화하고, 이를 기초로 S·A·B·C 등 4개 등급으로 평가해 인센티브(상여금 등)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기능별 평가에서 가정 배점이 높은 분야는 홍보 점수로 7점을 준다. 반면, 강력사건 등 치안업무에 관한 배점은 5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홍보업무 배점이 치안업무 배점보다 높아졌다. 이 평가는 상여금 지급, 직원 인사평가 등 업무의 주요 근거자료로 쓰인다고 한다. 이런 잘못된 평가 기준 때문에 경찰들이 홍보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대다수 부서장들이 ‘재미있는 홍보꺼리를 만들든가. 독자투고 원고라도 쓰라’고 압박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상 직원들에게 홍보할당을 주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 소속 경찰관마저도 앞 다퉈 미담사례 발굴, 독자투고 작성 등 홍보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여경이 택배 기사로 변장해 수배자의 집 초인종을 눌러 안심시킨 뒤 범인을 검거했다는 허위 영웅담도 이런 과잉 홍보경쟁에서 비롯된 사례다. 경찰의 노고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경찰의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의도는 나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억지로 만든 미담, 영웅 만들기는 오히려 경찰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 범인을 검거하는 직원보다 홍보를 잘 하는 직원을 능력자로 인정하고, 대우해주는 경찰의 잘못된 풍토는 개선되어야 한다. 국민은 홍보를 잘하는 경찰관보다 시민의 안전을 잘 지켜주는 경찰관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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