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가 알려주는 물의 길이다

영혼과 영혼의 기다림을 절반씩 합친 항아리

완만한 곡선이 나를 견딜 수 있게 한다

마음의 불가마 속에서 더 뜨겁게

활활 타던 격정들

저 노심초사의 슬픈 무늬들

미욱함과 단단함,

이제 직선으로 치달아도 어긋남이 아니다

다 저문 시간, 나 세상 밖으로 나와

어떤 고통은 쇠북소리 내며 얼룩덜룩

무늬로 새겨, 떫고 아린 진액

몸에 장식처럼 바르고 다니라신다

살아 숨쉬는 항아리, 자연으로 거듭나라신다

 

△시집 ‘첩첩단풍 속’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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