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수(편집국 부장/내포지역 담당)

▲ 정래수(편집국 부장/내포지역 담당)

충남 홍성·예산지역에 조성된 내포신도시에서 악취 소동이 되풀이되고 있다. 찜통더위에 가뜩이나 짜증이 나는데 악취까지 더해져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두통은 물론이고, 목의 통증과 피부병을 호소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 더욱이 충남도에 접수되는 악취 민원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할 때다.
실예로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열흘째 이어지던 지난 5일 아침. 내포신도시의 건물마다 창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인근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이다. 내포신도시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 냄새는 참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호소를 하고 있다.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식사 시간에는 외부로 연결된 창문을 꽁꽁 닫아야 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다른 주민 박모씨는 날씨가 좋아 아이들과 함께 산책이나 운동을 하려고 해도 냄새가 심한 날은 꺼리고 있다. 속옷 같은 면 재질 의류는 세탁을 해도 냄새가 배일까 걱정되는 까닭에 빨래를 베란다에 널지 않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내포신도시 주변 5㎞ 이내에는 448개 농가에서 돼지 6만2000마리 등 모두 25만마리의 가축을 기르고 있다. 분뇨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농가가 많은 것이 악취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충남도는 악취 제거를 위해 미생물 환경개선제를 보급하고 토양미생물과 각종 미네랄 효소가 함유된 활성수를 지원하고 있지만 미봉책이다. 최근 미세먼지 피해가 심각해지고 불산 누출 등 화학물질 사고가 잇따르면서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른 반면 악취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이다.
충남도 당국은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취 문제를 더 이상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환경공단과 축산환경관리원 등과 가축분뇨 악취 저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하루하루가 고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가축분뇨 주변 야적, 퇴·액비 살포 및 투기 농가를 엄하게 단속하거나 원천적으로 악취를 억제하는 시설을 갖추는 등 양단간의 결단을 해야 한다. 내포신도시를 친환경 명품 생태도시로 만든다는 외침이 ‘헛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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