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성 경쟁…대선경선 온도차 "1등후보 흠집안돼" vs "통합·단합해야"

더불어민주당의 8.27 전당대회가 1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권 주자들이 9일 제주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당심을 잡기 위한 '메시지 전쟁'에 돌입했다.

이날 제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주대의원대회에서 첫 합동연설을 한 당권주자들은 21일까지 전국의 시도당대회를 순회하며 연설회를 할 계획이다.

특히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진영과 승패의 키를 쥔 온라인 입당 당원들이 상대적으로 대여 강경노선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여, 당권주자들의 연설전 역시 선명성 경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기호순) 후보는 서로 투쟁성을 경쟁하듯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 9일 오전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주특별 자치도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김상곤(왼쪽부터), 이종걸, 추미애 당대표 후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추 후보는 "정부의 오만과 불통에 맞서겠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파괴하는 관권선거를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내각을 총사퇴시킨 후 거국 중립내각을 만들도록 관철시키겠다"며 "편향된 왜곡된 특정 종편도 바로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나선 김 후보는 "도덕성과 능력이 없는 청와대, 국민에게 갑질만 하는 박근혜 정권에서 권력을 찾아오려면 당이 강해져야 한다"며 "대선판에서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게 지금의 여당이고 정권"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 나와서도 "국민들과 불통하고 국민의 의견에 반하는 정부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이 탄핵을 생각할 수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탄핵을 요구하면 조치가 필요한거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 후보 역시 마지막으로 연단에 올라 "박 대통령이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을 비판하는데, 대통령은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며 "총선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망치가 돼 박 대통령을 때려 야당이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 이종걸을 포함해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선명성 경쟁 속에서도 내년 대선 경선관리를 두고는 주자들간 발언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추 후보는 "경선 후에 후보를 끌어내리는 일이 없도록 경선불복방지위를 만들겠다"면서 "국민이 지지하는 1등 후보 흠집 내고 상처 내는 것은 공정도 아니고 혁신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유력한 당내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반면 비주류인 이 후보는 내년 대선 경선에 대해 "모두가 이길 수 있는 '대통령 라운드'를 만들겠다. 단합과 통합을 바탕으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당이 중심이 되는 대선을 만들겠다. 대선후보 혼자 싸우지 않게 하겠다"며 "대선과정에서 당 혁신하고 통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후보들간 열띤 경쟁이 벌어진 것과는 달리 현장에서는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첫 연설회부터 당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제주연설회의 경우 참석자가 300여명에 그쳤고, 그나마 100여명은 각 캠프 후보들이 동원한 선거운동원들로 채워졌다.

연설내용 역시 그동안 후보들이 되풀이해 온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예비경선에서 이변이 생기면서 흥행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여전히 분위기에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어떤 내용으로 전대를 채울지 후보들이 더 고민을 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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