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심각한 위축 등 파국적인 형태(하드 엑시트)로 진행되면 우리나라의 조선, 자동차, 전자 산업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5일 발표한 보고서 '브렉시트와 국내 실물경제'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하며 "하드 엑시트가 다른 나라의 추가적인 EU 탈퇴, 유로권 위기 재연 등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는 지난 6월 영국 국민투표로 촉발됐다.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영국은 2년간 EU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면서 탈퇴 이후 조건에 대한 협상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 완료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EU 의회의 동의와 각 회원국 정부의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하드 엑시트가 펼쳐질 경우 우리나라는 대(對) EU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수출에서 대EU 수출 비중이 21.3%에 달하는 선박, 11.2%의 자동차, 16.5%의 자동차 부품 등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EU의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할 경우 조선산업의 실질 총수출은 11.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와 전기·전자의 감소율은 각각 2.0%와 5.0%로 추정된다.

또 하드 엑시트로 인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7%포인트 추가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의 실질 총수출 규모도 연간 3%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브렉시트가 유로권 위기 재연 등으로 확산할 경우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도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브렉시트로 보호주의 기조가 강화되면 세계 교역과 우리 수출에 추가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원국의 EU 탈퇴 절차 규정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어서 실제 수행 과정에서 생길 불확실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영국과 EU 간 상호 시장 접근을 최대한 유지하는 형태로 경제 관계가 펼쳐지는 등 브렉시트가 원만하게 타결(소프트 엑시트)된다면 경제 영향이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국내 GDP나 수출 중에서 대영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소프트 엑시트의 경우 영국의 경기둔화가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로서는 일단 불확실성이 충분히 소멸할 때까지 관련 추이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영국과 EU의 무역관계 재편에 따라 한영 FTA 추진 등을 검토하고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대응해 주요국과 통상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글로벌화나 그와 연관된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려면 글로벌화의 편익을 고르게 분배하고 경제적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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