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 등 청주시 일원에서 지난 2일부터 열리고 있는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에 참가한 외국선수 10명이 숙소에서 무단이탈, 잠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경찰은 불법 체류를 위해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잠적한 선수들의 행방을 좇고 있지만 행적을 파악할 수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조직위와 경찰의 외국선수 관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추가 이탈도 우려된다.
5일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조직위원회와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타지키스탄 선수 4명이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뒤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오는 7일부터 열릴 벨트 레슬링 종목 선수들인 이들은 조직위와 만나 청주로 향할 예정이었다.
조직위 관계자는 “사전에 인천국제공항 안내 데스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어서 애초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대회 참가를 빌미로 들어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불법 체류 목적으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커 행적을 파악 중이다.
지난 4일 오전 6시에는 충북도자치연수원에 머물던 스리랑카 주짓수 대표 선수 A(26)씨 등 3명이 여권과 항공권 등을 숙소에 놔둔 채 사라졌다.
같은 날 한국교원대 종합교육연수원에 머물던 우즈베키스탄 선수 3명도 종적을 감췄다.
조직위와 경찰 등 유관기관은 잠적한 외국 선수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라진 선수들을 이끄는 해당 국가 선수단을 통해 수소문하는 것 말고는 이들의 소재를 파악할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잇따라 잠적하면서 대회 조직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 개막 전 불법 체류 목적으로 출전 선수를 위장해 입국할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대책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라진 선수들의 행적 파악이 어려운 상태에서 경기 참가 여부마저 불투명해지자 대회 운영에도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추가 잠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서 국제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무단이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청주 세계태권도문화축제에 참가한 파키스탄인 42명이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브로커에게 돈을 지불하고 선수로 위장, 숙소를 집단 이탈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번 대회에서도 경비·순찰 인력 외 지방청 외사계와 도내 11개 경찰서 외사요원, 국제범죄수사대 등 30여명을 경기장과 숙소에 고정 배치해 감시활동을 벌였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석한 외국인선수들이 숙소를 무단이탈한 뒤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일이 적지 않았음에도 대처가 느슨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조직위와 경찰은 무단이탈한 선수들을 조속히 찾는 것은 물론 남은 대회기간 동안 추가 이탈자가 생기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선수관리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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