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중국 서부 내륙의 쓰촨성에서 “세탁기 배수관이 자꾸 막힌다, 무슨 제품을 이따위로 만드느냐, 빨리 고쳐달라”는 내용의 불만 섞인 고장신고가 잇따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리기사가 확인해보니 세탁기 배수구에 잔뜩 쌓인 농산물 찌꺼기와 진흙 때문이었다.

농민들이 세탁기를 옷 세탁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와 같은 농산물을 씻는데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리기사들은 “농산물을 세탁기에 씻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농민들은 계속 농산물을 씻었고 걸핏하면 배수구가 막혔다며 고장신고를 하곤 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세탁기 제조회사들은 어떻게 대처를 했을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처럼 세탁기 제조회사들 대부분이 어쩔 수 없다는 반응만 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회사, 하이얼(Haier)은 달랐다. 농민들의 불만 섞인 고장신고까지 귀 담아 듣고 1998년에 고구마, 과일, 조개까지 씻을 수 있는 세탁기를 개발했던 것이다. 물론 이 세탁기는 완판 될 정도의 인기를 끌었고 하이얼은 세계 최대의 가전회사로 발돋움을 할 수 있었다.

중국 고사전(高士傳)에는 ‘세이공청(洗耳恭聽)’이라는 말이 나온다. ‘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을 매우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얼은 바로 이러한 ‘세이공청’을 잘 실천한 대표적 기업이라 할 수 있겠다.

병무청에서도 세이공청(洗耳恭聽)을 중시하여, 병역의무자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의견을 공손한 마음으로 듣고 더 발전된 병무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 중 하나가 ‘국민행복 제안제도’ 운영이다. ‘국민행복 제안제도’는 국민이 제시한 창의적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여 정부시책이나 행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이다.

지난 4월 병무청에서는 ‘예비군 관련 용어 순화를 위해 대국민 행복제안 공모’를 실시한 바 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예비군 관련 용어에 대해 국민이 직접 141건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주었으며, 현재는 이 의견을 토대로 기존 예비군 통지서 및 안내문 등의 용어를 전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제안을 기다리는 수동적 행정에서 탈피하여 찾아가는 능동적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테마를 정해 제안을 공모하거나 현장을 직접 찾아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징병검사장에서는 수검자 및 동반가족을 대상으로, 민원실에서는 내방고객을 대상으로, 동원훈련장에서는 예비군을 대상으로, 이 외에도 국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모든 정책현장에 제안접수 창구를 마련하고 병무행정과 관련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소중히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도 매월 세 번째 수요일에는 ‘병무홍보의 날’ 행사에 참여하여 병역의무자들에게 병역이행 안내뿐만 아니라 불편사항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귀 기울여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하이얼의 기업정신과 세이공청(洗耳恭聽) 사자성어의 깊은 뜻을 헤아려 좀 더 가까이 국민에게 다가가고, 좀 더 개개인의 불편한 점과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국민이 공감하는 행복한 병역문화 조성’이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초석임을 잊지 않고, 국민 개개인에 대한 맞춤 서비스로 진정한 국민 행복시대를 이루는 노력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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