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청주시가 중부고속도로 호법∼음성 구간 확장이냐,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청주 오송 경유냐를 놓고 논란 끝에 대한교통학회에 용역을 의뢰한 영향평가가 한창 진행중이다. 그것도 8000만원에 달하는 도민 혈세를 들여서 말이다.
충북도는 표면적으로 출·퇴근 시간 때면 병목현상이 심각한 중부선의 구간별 왕복 6차선 확장이 시급한 상황에서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오송 경유가 교통 분산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신규 SOC(사회간접자본) 국비지원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청주경유와 중부선 구간별 확장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을 바에야 이시종 지사의 공약인 중부선 확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에 청주시의 논리는 간단하다. 시는 오래 전 경부고속도로 충북 경유를 반대해 각종 국가개발정책에서 소외됐던 전례를 교훈 삼아 ‘제2경부선’에서 태동한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의 청주 경유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칭 ‘제2경부선 동세종IC(남이분기점) 유치 추진위원회’ 준비모임의 속내는 답답하기만 하다. 이들은 ‘이래서 충청도 핫바지란 말을 듣는다’는 다소 거친 말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역발전을 생각할 때 이 두 가지 사안은 갈등을 빚을 일이 아니라 모두 수용해야 하는 지역숙원 과제라고 보았다. 일례로 2005년 5월 세종시의 전신인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관문은 애초부터 중부선을 확장해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세종시 정치권의 정치력에 농락당한 충북이 다 잡아 놓은 집토끼마저 내 주는 꼴이 됐다는 얘기다. 세종시는 충남 출신의 국회의원과 호남 출신의 자치단체장이 짝짜꿍이 돼 충북을 배제한 황해권 개발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세종시는 분명 충북이 땅도 주고 사람도 줘서 일궈낸 행복도시이다. 충북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다 받아놓고 이제와 충북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13년 5월 이시종 지사는 충청권 인구가 호남을 앞지르면서 지역구도가 영·호남 양극체제에서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삼극체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뜻하는 ‘영충호’시대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는 국어사전에까지 등재 되며 유명세를 탔다. 그런데 지역현안을 대하는 충북도정에 요즘 도민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과연 충북도가 영충호시대 리더로서의 면모를 갖췄냐는 것이다.
충북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청주MRO(항공정비단지)사업 무산은 차치 하더라도 지역발전의 호재가 될 스마트도로 서울∼동세종IC 청주남이분기점 유치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최초 스마트도로로 조성되는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의 3구간인 안성∼세종 구간은 미개통 구간인 공주∼청주간 동서횡단 고속도로 계획처럼 민자 유치로 추진된다.
이미 청주∼상주 간 고속도로가 개설돼 있는 만큼 민자 유치로 추진되는 두 구간을 동세종IC 청주 남이분기점과 연결한다면 말 그대로 ‘충화영호 시대’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부와 중부,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공주∼청주∼상주 간 동서횡단도로가 완성되면 영충호를 넘나들며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제 서울∼동세종IC 청주 남이분기점 유치에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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