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윤배

꽃의 진화

 

박윤배

 

목이 가는 꽃은 눈으로 보거나

만지는 것이 아니라 했던가

 

달팽이관이 불안정해진 남자에게

흔들림은 독毒

눈과 손이 아닌 귀로, 혀로 아는 것이다

목이 가냘프다 해서 심성까지 여릴 거라는

지난날 내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오히려 목이 가는 꽃이 바람을 흔든다는 것을

중심 잃고서야 알았다

 

그러나 안다 해서

진화 멈춘 내가 어찌 다 알 것인가

오랜 오욕의 세월에 꽃은

너무 빨리 흔들림에 익숙해졌다

 

△시집 ‘쑥의 비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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