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럭키’ 주연 유해진

냉혹한 킬러가 무명배우로 삶 바뀌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유쾌한 코미디

 

코믹연기 순발력 아닌 오랜고민 결과

작품 자체가 과장… 오버연기는 자제

웃어야하는 건 관객, 현장선 항상 진지

20대 연극했던 시절 오늘 날 자양분

 

여성팬 인기비결? 예능서 보인 친근함

 

(연합뉴스)“사실 너무 걱정됩니다. 많은 인력과 투자가 들어간 영화가 인정을 받지 못할까봐요.”

툭 치기만 하면 애드립이 쏟아지고, 웃음이 ‘빵빵 터지는’ 입담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진지했다.

올해로 데뷔 20년 차를 맞은 배우 유해진 이야기다. 영화 ‘럭키’로 첫 원톱 주연을 맡은 그를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우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에서 보여준 코믹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기에 관해 말할때 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을 하는 배우임을 이제야 알겠다. 표정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웃기고, 촌철살인의 애드립을 스치듯 내뱉는 것도 사실은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남들은 제가 타고 나서 애드립을 순발력 있게 ‘탁 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발을 구르고 있죠. 남들이 제 연기를 보며 굉장히 힘들었겠다고 느끼지 못하도록 할 뿐입니다.

‘럭키’(이계벽 감독)는 잘 나가던 킬러가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미끄러진 뒤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와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현상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유해진은 마흔여섯 살의 냉철한 킬러 형욱과 서른두 살의 단역 배우 재성, 두 캐릭터를 오가며 상반된 연기를 펼친다.

이 덕분에 유해진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칼질을 선보이거나, 영화 속 TV 드라마에 액션 배우로 출연해 절도 있는 액션을 펼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장기인 코믹 연기도 빠지지 않는다.

유해진은 “영화 줄거리 자체가 과장된 이야기여서 제가 연기를 ‘오버’할 경우 관객들이 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일부러 연기가 아니라 상황이 만들어내는 유머 쪽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한 그의 지론은 계속됐다.

“저는 촬영 현장 분위기가 쓸데없이 너무 좋은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웃어야 하는 것은 관객이지, 배우랑 스태프가 아니거든요. 현장은 일터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럭키’는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유해진은 “원작을 한번 보고 더는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계속 보면 따라 할 것 같았다”면서 “비누를 밟고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는 큰 설정을 빼고는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강조했다.

올해 47세인 유해진은 극 중 단역 배우 재성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20대 시절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했고, 무엇보다 연극을 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나태하게 보내지는 않았죠.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연극을 했던 무명 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극단 목화에 있을 때 오태석 교수님이 ‘무대에 서기 전까지 끝까지 의심하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이 깊숙이 저에게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서 상대역을 맡은 조윤희, 전혜빈 두 여배우와 키스신도 찍었다.

유해진은 “어렸을 때는 제 돌출 입이 콤플렉스여서 옆모습을 잘 찍지 않았죠. 제 옆모습을 보면 조상(유인원을 의미)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요.”

유해진은 ‘여성팬들이 많은 것 같다’는 말에 쑥스러워했다. “예능프로 ‘삼시세끼’에서 보여준 친근함 때문이 아닐까요? 헌데, 제가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