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대피할 계획이 있습니까?” 란 질문에 대피계획이 있다고 답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는 이 질문을 안전교육을 할 때마다 질문하는 데 안타깝게도 대피계획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14년 9월에 한국소방안전협회에서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민 소방안전의식을 조사해보니 42.5%가 대피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당시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의 안전욕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조사해 예상보다 답변이 높게 나온 것으로 보였음에도 50%가 안 됐다.

여기에 우리가 눈여겨 볼 사례가 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에 비행기가 돌진해 폭발하고 결국에는 두 빌딩 모두 무너지는 참사가 있었다. 두 개의 빌딩에는 1만7400여명의 재실자가 있었으며 많은 인명피해가 예상됐다.

그러나 재실자중 사망자는 12.3%인 2146명이었다. 재실자의 87.7%가 생존한 것이다. 사건의 규모에 비해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생존율을 보였을까. 미국 NIST(The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에서 피난생존자를 조사해 보니 생존자의 3분의 2는 테러가 있기 전 1년 이내의 기간 중에 안전교육을 받았고, 교육을 받은 수강자의 93%는 피난구를 파악하고 있었다.

단순히 빌딩에서의 안전교육이 잘 되었기에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고 볼 수 있으나 필자는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미국 방화협회(NFPA)에서 설문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귀하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대피할 계획이 있습니까?”란 질문에 응답자의 71%(2010년)가 대피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911 테러가 있기 전인 1999년에는 응답자의 60%가 대피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필자가 보기엔 가정에서부터 화재 시 대피계획을 잘 세워 대비했고 근무지인 빌딩에서도 안전교육을 잘 받아 재난에 대비해 테러의 대명사인 911 테러에서 높은 생존율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 가정에서 어떻게 피난계획을 세울 것인가. 대피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할 것은 대피집결지를 정하는 것이다. 가족이 모여서 대피하면 상관없겠으나 뿔뿔이 흩어져 대피할 경우 대피집결지로 모여야 빠르게 가족의 대피여부를 알 수 있다. 대피 집결지를 정해놓아야 이미 피난한 가족을 대피하지 못한 줄 알고 불이 난 집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다음은 대피 집결지까지 2방향 이상의 피난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1차 대피경로가 막힐 경우 다른 경로를 통해 대피할 수 있다. 단독주택인 경우 대피집결지로 향하는 현관 출입문 이외에 다른 문이나 창문을 통해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경우 화재가 난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데 출입문을 통해 피난하는 경로, 경량칸막이를 파괴해 옆집으로 가는 경로 또는 대피공간으로 가는 경로, 그리고 내가 사는 층의 바로 아래층에서 화재가 난 경우를 대비해 앞집을 이용해서 대피하는 경로 등 생존확률을 높여나갈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피 시에는 연기의 흡입을 방지하는 방독면 또는 휴대용 산소캔 등을 이용하면 보다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다. 최근 계속되는 경주 지진(여진)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긴급재난문자 신청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긴급재난문자 신청자가 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사항은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디로 어떻게 대피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연습하는 것이다. 화재 등 재난발생 시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신속히 피난해 살 수 있는 대피계획을 세우고 연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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