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은 국기를 문란하게 하고 정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 국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두 번이나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일부 개각을 단행했어도 야당, 시민단체, 대학생과 교수들은 전국적으로 시위를 벌리며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나 사퇴, 새누리당 탈당,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박계 국회위원들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과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탄핵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비선실세의 주인공인 고 최태민-최순실 부녀가 무속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여 무속인들은 지금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박정희정부는 1960-1970년대에 전국적으로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미신 타파의 명목으로 전국에 있는 당집과 점집, 성황당과 기도처, 도사굴을 모조리 파괴했다. 그러나 무속은 미신이 아니고 한국인의 기저신앙(基底信仰)이다. 우리 한민족은 태고 이래로 현재까지 한 번도 무속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고, 지금도 가장 강력한 종교 또는 신앙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무속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무속을 빙자하여 온갖 악행과 기행을 일삼는 무리들이 문제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원조인 최태민이 대전광역시 중구 보문산 기슭의 대사동 196번지 감나무집(현재 시내버스 802번 공영주차장)에서 신흥종교 지도자들과 무속인들을 모아놓고 그들 앞에서 무속행위를 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육영수 여사에게 빙의(憑依, possession)돼 표정과 음성을 똑같이 재연했다는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연설문에도 혼, 우주, 기운 등 종교적 용어가 등장하고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자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무속인 심진송이 김일성 사망일을 정확하게 예언하여 유명해지는 바람에 무업이 잘 되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리고 역술인 백운학이 5·16군사정변의 성공과 10·26사태를 정확하게 예고하여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11월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아직도 여러 무속인과 역술인이 정치인들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선거철 출마 지역구 결정부터 보좌진 채용까지 역술인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최근에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어느 대선주자가 유력한지 알고 싶어 하는 정계·재계 인사들과 지역 유지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는 국회의원회관에서 4년 동안 사용할 의원실을 배정할 때 우선권을 가진 중진 국회의원들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어느 위치가 권력을 유지하기 좋은지 조언을 받는다. 유명 정치인과 재계 인사들이 무속이과 역술인을 찾는 이유는 정치와 사회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국내 정치의 결정적 순간마다 무속이 자리했던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조 단군(檀君)도 무속인들의 원조로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천제(天祭)를 올렸다. 그 후 국왕은 국사나 국무를 두고 정치적 조언을 들어가며 국가를 통치했고, 국난을 당할 때는 천제를 올리고 가뭄이 심할 때는 기우제를 지냈다.

그래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무속행위가 현대의 다원적 종교사회에서 종교적 갈등을 일으키고, 사회변화 요인이 복잡다단하고 미래가 불투명하여 어떤 누구도 미래사회를 정확하게 예단할 수가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국민들에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가족과 인연을 끊고 단죄하는 한편 자기도 검찰 수사와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실정으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려 지지율이 5%(충청권 3%, 전라권 0%)에 지나지 않아 나머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잘 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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