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전 제천교육장)

▲ 최성택(전 제천교육장)

1945년 8월15일 몽매에도 그리던 해방을 맞이하였으나 모든 분야에서 그렇듯 교육계도 준비 없이 일제 때 하던 것을 답습하는 교육을 하게 되었다. 먼저 교육과정의 변천사를 짚어보면 1946년부터 1955년까지 교과별로 필요한 것을 지정하여 가르치는 교수요목 시대였고 1951년에는 중등교육을 중?고 각각 3년제로 학제 개편을 하였다.
 1956년부터 1963년까지의 제1차 교육과정은 암기 위주의 교과 중심 교육을 하였다. 1963년부터 1974년까지는 죤 듀이의 경험주의 이론에 따라 경험 중심의 교육을 하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957년 10월 구 소련이 인공위성 ‘스프트니크’ 를 먼저 발사하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세계 제1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미국은 큰 충격을 받으니 이를 ‘스프트니크 쇼크’ 라 이름 하였다. 미국은 이 원인을 경험중심의 교육에 있다고  보고 학문중심에 더 비중을 두되 특히 수학 ? 과학 에 치중하게 되었고 이때 집합 이론이 수학 과목에 도입된다.  
 우리나라 에서는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이러한 세계 조류에 맞추어 학문 중심의 제3차 교육과정이 실시된다. 이후 1982년부터 2006년까지 제4차∼제7차 교육과정까지 학문 중심과 인간(인성)중심 교육 또는 두 가지를 통합하고 거기에 창의성 교육까지 실시하였으나 2007년 이후는 년도 별 교육 과정이라 하여 정보화 세계화 등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학생 선택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우리 국민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서도 대학 진학이 개인과 가정의 목표였고 이때 대학을 ‘우골탑’ 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시골에서 소 팔고 전답 팔아 대학 진학 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오늘은 대학수학 능력시험일이다.  수능 100일전의 ‘100일주,’ 학부모들의 100일 기도,  그리고 지인들 사이에 엿과 찹쌀떡으로 격려하는 모습, 수능 당일에는 고사장마다 교문 밖에서 후배들이 고득점을 기원하는 포퍼먼스 를 벌이는 등 수능에 집착 하는 모습을 본다.
 그동안의 대학입시 제도 변천사를 보면 해방 후에는 각 대학별로 학생을 직접 선발 하였는데 입학 부정이 많아 6.25 직후에는 대학입학 연합고사와 대학별 본고사로 선발하는 제도로 바뀌었고 5.16 후 1962∼1963년에는 대학 입학 자격 ‘국가고사’ 제도가 생겼다가 대학의 자율성 문제가 제기되어 1964년부터 1968년까지 ‘ 대학별 단독 시험제’ 가 부활되나 이 역시 부정 입학 등의 문제 노출로 폐지되었다. 그 후 1969년부터 1980년까지 ‘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를 통한 입시제도가 시행되는데 ‘예비고사’ 란 대학정원(당시 7만 명 전후) 의2배를 합격 시켜 대학별 본고사에 응시 할 수 있게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1981년부터 1993년 까지는 대입 ‘학력고사’ 가 등장, 학력고사와 내신 성적 그리고 면접 점수를 합산하여 합격자를 가리는데 응시생들의 학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 한다는 데서 ‘ 학력고사’ 라 명명하게 되었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는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으로 바뀌어 수능+내신(학생생활기록부)+논술+면접 등을 통해 합격자를 가리는데 원서도 3∼4번 제출할 수 있고 년도 별 및 대학별로 선발 기준이 다르며 수시 모집도 생겨 그 비중이 기존의 정시 모집보다 비중을 늘려 가는 등 입시 방법이 너무 많아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도 그 방법을 다 몰라서 입시 지도에 애로가 많으며 그 피해는 지방이 더 심하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다양한 입시 방법을 다 알기도 전에 새로운 제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학입시와 관련된 문제점을 짚어보면 우선 그 명칭에 대한 모호함이다.  국가고사라고 했든 예비고사 또는 학력고사, 그리고 수능 이라고 했든 무엇이 다른가. 수학능력시험 이라고 해서 기존의 시험과 다른 점이 무엇이고 수학능력이 있는 것을 무엇으로 평가하며 수학 능력 시험문제는 어떤 유형일까 궁금하며 이는 한낱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2016. 10.6일자 동양칼럼의 ‘교육의 갈지 자 걸음’ 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SAT나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그리고 영국의 A레벨 등 선진국의 대입제도를 참고하여 제도를 바꾸고  좀 모순이 있더라도 보완 하면서 계속 시행하여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1차부터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에 맞게 대입제도가 잘 운영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다음으로는 아무리 제도를 바꾸고 시험 감독과 감사를 강화해도 부정은 여전하며 오히려 ‘신악이 구악을 뺨친다.’ 는 사실과 그중에서도 대입 부정의 상당수는 지도층 이라는 점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절망적인 요즈음의 사태를 보면서 교육에도 노블레스오브리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이 장래 모든 격차의 출발점이기에  기운 운동장이 아닌 평평한 운동장에서 모든 학생이 공정하게 뛰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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