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진 청주시의원 <국제라이온스협회 356-D 지구총재>

 

열대야가 밤잠을 뒤척이게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만추다. 세월은 참으로 정직하고 시간 앞에서 사람의 삶은 겸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지나온 날들을 반추해보면 찰나와 같았던 삶이었다. 젊은 패기 하나만 믿고 부지런하게 시간을 보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나이 60 문턱에 서 있고 지금은 감사하게도 기초의회 의원과 국제라이온스협회 356-D(충북)지구 총재, 대한장애인펜싱협회 회장이라는 자리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신념을 갖고 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의 기억에는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 가슴 아프고 눈물 나던 순간들, 그리고 또 다른 이런 저런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지만 그 중에 봉사하는 삶으로 나의 인생을 변화시켜 주었던 기억이 고맙다.

내가 사회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그룹차원에서 시행했던 요양원 봉사활동이었다. 첫 시작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되었지만 첫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가슴 속에서 무언가 모를 뿌듯한 감정이 생겼다. 이후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 음성 꽃동네 ‘천사의 집’에 봉사활동을 가게 됐다. 천사의 집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태어나자마자 꽃동네에 들어온 아이들과 지체·정신 장애인들을 함께 보살피고 있는 곳. 그곳에서 나와 가족들은 장애인들의 말벗이 되고 식사를 돕고 때로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던 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봉사하는 동안 보게 된 그들의 맑은 눈망울과 환한 웃음은 나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고, 그 때의 감동은 지금까지 봉사의 길로 나를 이끌어 주고 있다.

그것이 계기가 돼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지금보다 더 잘사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2012년 5월 ‘청주의 아름다운 우리들의 울타리’라는 의미를 담은 ‘청주아리울봉사단’을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자연정화활동, 김장봉사, 사랑의 연탄봉사, 소년소녀 가장 돕기, 독거노인 무료반찬 만들기, 산불예방 캠페인 등 청주에 아름다운 울타리를 치기 위해 활발하지만 조용하고 겸손하게 활동하고 있다. 봉사는 하면 할수록 봉사할 대상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고 폭이 넓어지며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봉사를 하게 만든다. 봉사는 대단한 것이 아니며 일부러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서 하는 것도 아니다.

불교 경전중 하나인 잡보장경에 ‘무재칠시’(無材七施)란 말이 있다.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가르침이 그것이다.

어떤 사람이 석가모니를 찾아가 말했다.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무슨 연유입니까?”

“그것은 당신이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무엇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 재산이 없다하더라도 남에게 줄 것이 일곱 가지나 있다”

얼굴에 웃음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화안시),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등 아름답고 자상한 말로 대하는 것(언시),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심시), 상대방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것(안시), 몸가짐이나 차림을 바르게 해무거운 물건을 대신 들어주는 것(신시), 상대방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상좌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는 것(찰시) 이것이 불경에 나오는 일곱 가지 보시인 것이다.

부처님의 무재칠시처럼 시간이나 재산이 없어도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세상을 아름답고 모두 잘 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들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손에 억지로 끌려가 했던 사회복지시설의 봉사활동에서 만났던 소외받고 있는 이들과 함께하며 느꼈던 기쁨과 감동은 지금껏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세상을 보는 마음마저 바뀌게 만들었다. 지금 이 시간 나만을 위해서 살고 있지 않는지, 타인을 위해서 같이 사는 삶의 공간인 우리 사회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나에게 봉사는 현재 진행형이며 결코 완료형이 될 수 없음을 이 계절에 다시 깨닫는다.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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