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국민들 눈앞에는 국내 굴지의 재벌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사실관계를 추궁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동안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모습을 보여줬던 재벌총수들의 이날 답변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공격에 나선 국회의원 모두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들춰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이유는 탄핵을 포함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려는 동력을 얻기 위한 의도라는 것을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가리기 위한 국정조사 특위가 열린 청문회장은 마치 전경련 회의를 보듯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총수들이 자리했고,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문 공세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대단히 송구스럽다’부터 ‘잘 모르겠다’는 답변에다가 때로는 ‘억울하다’는 읍소형까지 재벌총수들의 답변은 각양각색이었다.
과거 일해재단 청문회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줬던 이날 청문회는 ‘촛불 민심’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을 매섭게 몰아붙이며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 낸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재벌총수들도 ‘최순실 게이트’ 공범이라는 국조특위 위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말문이 막혀 어쩔 줄 모르는 양상을 보여줬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유라에 대한 특혜지원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을 캐묻는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문에 국내 간판재벌의 모습을 보여주질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국조특위 위원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를 ‘망나니 딸’로 표현하며 격한 감정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그런 ‘망나니 딸’에게 말까지 사줘야 하느냐고 다그치는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무거운 마음’을 강조하며 ‘개과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청문회 중반에는 위원들이 돌아가며 이재용 부회장을 압박하는 분위기 탓에 한발 더 나아가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니 ‘항복 선언’도 이보다 더할 순 없다.
재벌총수들은 사전에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답변 수위를 조절했고, 앞으로 닥쳐올 특검에 대비해 자칫 말실수 한번으로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빠지는 일은 자초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청문회에 나온 재벌총수들은 ‘기억나지 않는다’와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라는 논리였지만, 대가성 부분에서는 한결같이 ‘청와대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실토했다.
재벌총수들은 ‘만났지만 부탁은 없었다’며 반대급부가 없었다는 점을 앵무새 같이 답변했지만, 이제 우리 국민들도 알만큼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국민들은 과연 국조특위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못 궁금해질 따름이다.
온 국민이 원하고 국조특위 위원들이 바라는 ‘폭탄 발언’은 아예 자제하는 분위기라 국민들을 또 한번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게 이날 청문회를 바라본 시각이다.
재벌들은 국민 성원으로 여태껏 부(富)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좀 더 국민을 위해 다가서는 정책을 펼 것을 당부하고 싶은 게 이날 청문회를 본 총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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