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송(에른스트국제학교 교장)

▲ 한희송

12일 통계청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6을 발표하였다. 문화와 여가 부분에서의 사회동향으로서는 미래창조과학부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2015년 인터넷 과의존(過依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사용의 일상화로 인한 스마트폰 과의존에 대한 우려 증가’가 선정되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된 것을 2010년으로 잡는다면 그 이후 1년만에 과의존위험군이 8.4%를 생성되었었다. 이번 조사에 의하면 2015년에는 그 범위가 16.2%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성인과 청소년계층의 경우 월 200만원 미만 소득집단에서 과의존위험군 비율이 높은 반면 유아동(幼兒童)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과의존위험군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6월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에서 밝혀진 내용을 추인하는 역할을 한다. 재학 중 학령전환기 청소년 146만명(전체의 98.3%)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기(上記) 조사에서 위험사용자군 1만 5,731명과 주의사용군 12만 2,654명으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모두 13만 8,385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조사대상 전체의 약 9.5%에 달하는 수치이다.
   통계청의 조사와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나타나는 16퍼센트와 9.5퍼센트라는 숫자상의 차이는 조사대상이 실제 스마트폰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했는가? 아니면 학령전환기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했는가?의 차이에서 온다. 참고로 학령전환기 청소년은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만을 의미한다. 이들 자료로부터 우리는 학령전환기에서 학습집중도가 크기 때문에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들에 비해 그나마 그 위험도가 떨어진다는 해석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에서는 스마트폰·인터넷 과다사용 청소년 학부모 대상 부모교육을 실시하는 것 이외에도 상담 등을 통한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사한 문제들에 있어서 여러 방면에서의 접근이 그다지 효과를 얻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먼저, 스마트폰 과의존의 문제의 첫 번째 오류는 바로 그러한 문제의 발생 원인을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으려는 시도에서 온다. 이는 마치 자동차사고를 자동차가 있어서 생기는 문제로 설명하는 것과 같다. 두 번째 오류는 가정이나 사회라는 단체가 가진 교육의 문제점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는 것에서 온다. 어른들은 문제가 없으므로 효율적인 청소년 지도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 바로 여기에서 오는 것이다.
   스마트폰와 관련된 여러 사회적 문제는 위와 같은 접근으로부터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일 뿐만 아니라 더욱이 그 사실자체가 문제를 유도하지 않는다. 이를 문제로 파악하는 순간 스마트폰 사용을 억제하려는 어른들과 이를 어떻게든 사용하려는 아이들과의 수단적 대립구도만 생길 뿐이다.
   스마트폰 문제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만일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지식백과를 검색하고 사전을 찾는 용도로 사용해도 문제다, 라고 파악할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지하철에서, 기차에서, 버스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대합실에서, 노인에서부터 젊은이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게임과 SNS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 중 왜 젊은이들만 문제라고 파악하는지 의문이 간다. 젊은이들만 문제의 범주에 넣기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폰의 사용시간이라는 형식적 접근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공부는 지겨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 어른들이 실력은 시험점수로 표현되었을 때만 인정하고 자신들은 학교를 졸업했으므로 공부는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청소년들에게 게임과 별 내용 없는 채팅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그 사실이 진정 이해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스마트폰에 중독된 자녀를 둔 부모들로 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스스로 고민할 기회를 빼앗고 오히려 아이들이 잘못되었다는 전제하에 이를 교정할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한들 이미 화살의 과녁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어찌 인식할 것인가?
   오늘의 전자기기들과 관련된 문제는 시대의 변화에 의한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다. 다만 그것이 문제가 되기 위해서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내면적 인식을 바탕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유형에 문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인식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내면에 갖추어진 정신의 추상적 모습에서 기원한다. 당연히도 그 모습을 변형할 수 있는 힘은 오직 그 사회에 내재하는 교육이라는 근본 인프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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