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잦아진 연말연시를 맞아 경찰의 단속예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음주운전은 여전하다.
경찰은 지난 16일 전국적으로 음주운전 일제 단속을 벌인다는 사실을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예고했다. 이같은 예고에 따라 경찰은 같은 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8시간동안 5000여명의 경찰을 유흥가 주변 등 음주운전 가능성이 큰 전국 1883곳에 배치, 밤샘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특히 음주운전 심리를 사전에 위축시키기 위해 30분 단위로 단속 장소를 옮기는 ‘스팟(spot) 이동식’ 단속을 했다.
단속 결과 479명이 적발됐다. 면허정지 271명, 면허취소 175명, 음주측정 거부 7명, 채혈 26명이다.
이는 올해 심야 시간대(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 일 평균 단속 건수 348건보다 37.6% 많다.
이날은 날씨가 춥고 경찰이 일제단속을 예고했음에도 평소보다 적발 건수가 많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여전히 무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충북의 예를 보면, 지난 10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38.8%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최근 충청지방통계청이 발표한 10년간(2005~2015년) 충북지역 안전·범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1081건의 음주운전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10년전 779건보다 38.8%가 늘어난 것이다.
10년간 음주사고로 숨진 사람은 282명, 부상자는 2만333명에 달했다. 음주운전 사고는 2011년 최대치인 1260건을 정점으로 지속해서 줄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와 인명피해가 여전하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음주운전은 운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따라서 경찰의 지속적인 음주운전 단속이 더 강화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나 혼자만 안전하게 운전한 들 무슨 소용이 있나. 음주운전 차량이 느닷없이 들이받으면 졸지에 피해를 입고 만다. 그만큼 음주운전은 개인의 건강 및 생명, 가정의 행복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고 나아가 사회적 손실도 엄청나게 유발하는 ‘공공의 적’ 임이 분명하다.
이 ‘공공의 적’을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으려면 경찰의 단속만으론 한계가 있다. 가장 절실한 것은 일단 술 한잔이라도 마셨다 하면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고주망태가 돼도 운전대를 잡으려고 하는 고약한 술버릇을 가진 사람이 우리 주변엔 아직도 있다. 이런 사람에겐 술자리를 함께한 동료가 책임지고 운전을 말려야 한다. 또 한 두잔 밖에 안마셨으니 단속엔 걸리지 않겠지, 내 주량이 얼만데 이깟 정도야, 술 몇 잔 안했는데 대리운전 부르기가 아까와서 등등의 핑계가 음주운전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주류회사도 술만 팔게 아니라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오비맥주가 도로교통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음주운전예방프로그램을 공동 추진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같은 캠페인이 주류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심어주고 음주운전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