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 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성탄절이 며칠 남지 낳았다. 시국도 그러하지만 언제부턴가 성탄절을 경배하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거리마다 경쾌한 캐롤 송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트리 속을 누비며 한 해의 인사를 대신하는 카드와 선물 고르는 인파로 북적이던 12월의 풍성함이 시들해졌다. 싼타의 선물 썰매를 매달고 눈밭을 달리는 순록의 실물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는 동남극의 최대 빙하인 토텐 빙하가 따뜻한 바닷물로 인해 매년 630억~800억t씩 줄고 있으며 두께도 10m가량씩 얇아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토텐 빙하가 모두 녹아내린다면 전 세계 해수면은 약 3.5m 올라갈 것으로 추정하였다. 네이처지의 한 연구를 보면 서남극보다 훨씬 큰 동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해안 도시들은 2∼3m 높이의 방어막을 쳐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있다.
  극지방의 찬 공기를 감싸는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남하하여 캐나다 전역과 미국 북부, 중서부 지역에 매서운 한파를 몰고 왔다. 지난 주말 캐나다 동부 지역에 내린 눈으로 캘거리 지역 등의 기온이 영하 20도를 넘고 퀘벡 등 동부 지역도 영하 20도 정도였다고 한다. 토론토 지역의 체감기온은 영하 40도를 넘었고, 온화하기만 했던 캐나다 태평양 연안 지역도 영하 7도까지 내려가는 이상기후를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나라가 러시아가 아닌 캐나다가 되었다는 것이다. 캐나다 산 구스 의류가 잘 알려진 이유도 급변한 강추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구온난화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썰매를 끌어준다는 순록에게도 영향이 크다. 북극권 기온이 상승하면서 눈이 비로 바뀌면 겨울철의 목초지가 얼음으로 뒤덮여 순록의 먹이가 사라지기 때문에 추운지역에 야생하는 순록이 뜯어 먹을 툰드라 식물이 없어지는 것이다. 먹이가 사라져 야위어 가던 순록의 개체수가 줄면서 멸종 위기종 명단에 순록의 이름이 올랐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환경의 변화는 세계적 명소를 앗아갈 것이라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호주의 산호초 군락은 백화되고 바다거북과 흑등고래가 멸종되며,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소금물 호수에 유입되는 수량이 감소하여 사해도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열대 우림 아마존과 콩고분지도 점점 사막화되어 광합성 능력이 감소하고, 알프스 산맥 만년설의 빙하가 녹아내려 자연재해도 속출하고 있다. 온난화에 의한 산성비와 염분결정이 많는 대기오염으로 불가사의 건축으로 불리는 이집트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침식되어 붕괴될 우려도 낳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이러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비하지 않는데 있다. 편리성만을 추구하던 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자연훼손의 결과를 반성하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보존하는 의식을 높여야 한다. 일부 뜻있는 사람들만의 외침에 그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행동이 절실하다. 충북지역만 보더라도 개발 논리에 따라 얼마나 많은 녹지가 사라지고 있는가? 새로운 시설과 건축물에 현혹되어 보존해야할 부분이 사라짐을 간과하는 과시적 선거공약에 열광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않아야 한다. 산천초목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 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새로 생긴 단지로 옮겨 다니는 재미에 자연과 함께 사람도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오래된 주택에 사는 것을 긍지로 여기는 문화의 확산도 필요하다.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을 낮춘 정책은 너무 단견으로 보인다. 수 백년을 지나도 견고하게 안전성을 담보하는 건축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자연 녹지에 새로운 시설이나 건축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것을 보상할 대안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멸종 동식물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인간에게도 생명의 위험이 커지고 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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