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욥기 8장 7절을 반대로 읽어, ‘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미미하리라’는 말이 딱 어울릴 듯싶다. 충북도가 추진했던 일련의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충북도는 올해 초 ‘충북의 100년 먹거리’와 ‘2조원대 투자 유치’라는 애드벌룬을 띄우며 ‘희망 부풀리기’에 나섰다. 100년 먹거리는 청주공항 항공정비사업(MRO)이고 2조원 투자 유치는 이란 업체와의 투자협약이었다. 6년 전 처음 청사진을 제시했던 ‘MRO 사업’은 민선4기에 시설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충북도를 등졌고 민선6기 들어 새 파트너로 삼았던 아시아나항공마저 투자 부담과 낮은 수익성 등을 내세워 지난 8월 사업 공식 포기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백지화됐다.
여기에 악재가 겹쳐 이란과의 2조원대 오송투자 협약마저 휴지로 전락하게 됐다. 이란과의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4월. 청주 오송에 20억달러(2조2000억원)를 투입해 신약 개발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를 비롯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에 적합한 신약 제품화 공장 건립과 복제약 생산을 위한 투자에 나선다는 게 협약의 골자였다.
그러나 21일 충북도는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자체 분석한 결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는 조만간 이들 사업의 포기를 공식 선언하고 출구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감(旣視感·dejavu)이 든다. MRO 사업 추진이 좌절됐을 때도 충북도는 새로운 출구전략을 말했다.
그동안 이란과의 협약은 기대감만 높여놓았을 뿐이었다. 이란에 대한 서방 경제 제재가 해제되고 정부의 자본거래 허용조처 이후에도 투자금 송금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었다. 지난달 초 이란 측에서 서한문을 통해 정상적인 투자를 재약속하기도 했지만 이것 또한 송금시기를 넘긴 상태라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 ‘악재’가 겹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 이란 경제 제재 연장법안을 추진하는 등 복잡한 국제정세에 맞물려 더더욱 곤란한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손대는 사업마다 물거품이 되고 마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충북도로서는 나름대로 해명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을 것이다. 불가피하게 일의 추진이 어렵게 됐다고 할 것이고, 나름대로 상황 변화에 따른 논거가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형 프로젝트 두 가지가 연이어 무위로 끝난 결과물에 대해서는 누군가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다.
애초부터 주도면밀하게 추진했다면, 도중에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전환을 했더라면 이렇듯 허송세월로 시간 낭비 돈 낭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업을 추진했던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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