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청주시 청원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처음엔 잘 모를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돼.” “걱정마! 조금만 지나면 다 알아서 할 수있어.”

첫 발령에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긴장을 풀라며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해주었다. 처음엔 이 말들을 맹신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날 주어진 일에만 최선을 다했었고, 차후에 대한 대비도 없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거라는 막대한 기대감으로 시간에 의지하는 나날들을 보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시간은 절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했고, 시간에 의지하며 지내온 내게 남는 것을 후회뿐이었다.

“정시출근, 정시퇴근. 공무원인 네가 부럽다.” “안정적인 직장에 여유로운 업무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지?”

주변 지인들은 내게 이런 식의 말들을 하곤 한다. 나 또한 공직에 들어오기 전에는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으로 시간에 나를 맡기며 지낸 지 얼마 되지않아 나의 생각들은 정말 큰 오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획에 잡혀있던 업무를 하루전에 마치게 되었고, 그날 숙직을 서게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날 나타났다. 완벽한 줄 알았던 작업은 실수투성이였고, 여유를 부리던 시간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빨리 쫓아왔다. 잠이 부족한 상태로 다시 업무를 하게 되었다. 팀장님, 그리고 같이 일하는 선배님께서는 걱정하시며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빨리 들어가서 쉬어.”라며 말씀해 주셨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로 인해 팀원들이 고생하고, 내 실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한번 더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마음 한구석엔 석연찮은 쇳덩이를 짊어지고 온 것같았다. 이후 이러한 일들은 자주 나타나게 되었다. 그동안 안일하게 생각하며 하찮은 시간을 보낸 결과물 이였고, 그 많은 시간동안 나를 만들지 못한 내 잘못들이었다.

“잠들기 전에 다음날 오전에는 무엇을 끝내고 오후에는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잠에 들어.”

“이전에 만들어 진 것들은 답습하면 새로운 것을 빠르게 만들 수 있어.”

항상 시간에 쫓기며 지내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선배들과 팀장님께서는 이러한 말씀들을 해주셨다. 이러한 조언을 들은 뒤 내 생활에는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다음날 무슨 일을 할지 계획을 만들고 나니, 갑작스러운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게 되었고, 선배들이 이전에 처리한 일들을 답습하며 내 스스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같다. 아직도 시간에 쫓기고 있고, 업무도 미숙한 것이 많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동아리 활동도 하고있는 같은 과 선배가 있다. 바쁜 업무를 하면서 그 많은 일들을 하는 그 선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회식자리에서 그 선배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은 분명이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고,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 가는 것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을거야.” 이 한마디에 그동안 시키는 일만 하며,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 선배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시간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었다.

동료들의 좋은 말들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안일하게 보내던 시간들은 이제 노력하며 준비하는 시간으로 변하였고, 시간에 의지하며 살던 나는 시간을 다루려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제야 이 말을 맹신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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