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구 충북도의회 의원

 

지난 14일 충주체육관에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금의환향을 환영하는 ‘충주시민 환영대회’가 3000여명이 넘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충주시재향군인회 등 20여개의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환영행사에 감격어린 모습으로 참석한 반 전 총장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스승님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10년 전 충주공설운동장에서 제가 UN사무총장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해주시는 충주시민 여러분의 축하잔치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저를 UN사무총장으로 키워주신 초·중·고교 선생님들을 모시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 오늘, 사무총장직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고 스승님들께 인사를 드리려고 했으나 10년 전 계시던 다섯 분의 선생님 중 권순무 선생님만이 생존해 계십니다. 선생님마저도 병원에 입원 중이셔서 이 자리에 모시지 못하였는데 선생님의 조속한 건강회복을 빌어 올립니다.”

반 전 총장님의 인사말을 듣는 순간 장내는 숙연해졌고 필자는 10년 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참으로 스승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사무치도록 생각하시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10여 년 전인 2006년 8월의 어느 날이었다. UN사무총장의 당선 충주시민 환영대회 날자가 10월 28일로 확정되자 서울에서 필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당선자께서 초·중·고교 스승님들을 꼭 행사장에 모시기를 원하시니 전국을 수소문해서라도 생존해 계신 스승님을 모셔달라는 간곡한 전화였다.

필자는 노력 끝에 생존해 계시는 반 전 총장님의 스승님 다섯 분을 행사 당일 모셨고, 반 전 총장은 직접 마련한 선물꾸러미를 전달하며 자신이 이런 자리에 오른 것은 스승님들 덕분이라고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전했다. 자리를 함께한 2만여명의 시민들과 많은 학생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연단에 올라 “오늘 참석한 학생 여러분도 두 다리로 땅을 힘차게 밟고 양팔을 하늘을 향해 여러분의 꿈을 힘껏 펼치십시오. 반드시 꿈은 이루어집니다”라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필자의 고등학교 선배인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후배들에게 논어의 학이편 4장에 나오는 말을 자주 하시곤 했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가 했던 말이다.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증자가 말하길 “나는 하루 세 가지로 나 자신을 반성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하는데 충실했는가? 벗들과 사귐에 믿음과 의로움을 잃지 않았는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 제대로 익혔는가?”라고 하였다.

반 전 총장은 이 말을 하면서 자신은 증자가 말한 세 가지 반성을 지금도 날마다 행하고 있다고 하신다. 특히 세 번째인 ‘스승님께 받은 가르침을 제대로 익히고 행하려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반성을 가장 자주 하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스승님의 올바른 가르침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며, 스승님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계시다.

이제 다시 돌아와 충주시민 앞에 선 반 전 UN사무총장은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스승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머리 숙여 첫 일성으로 선생님의 쾌유를 기원하였다. 필자는 그 모습에서 또 한 번 감명을 받게 되었고 나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익히고 행하려 노력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다.

1월 14일은 금의환향한 고향선배로부터 스승님에 대한 참사랑과 가르침을 익히고 행할 때 더욱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 소중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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