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틈타 ‘조특법’ 개정…수도권 유턴기업 특혜
지방 혁신산업 들러리 전락…균발협 재심의·재개정 촉구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기업’이 수도권에 정착할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충북도를 비롯한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와 지역 대표 국회의원들이 국가균형발전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나섰다.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와 지역대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19일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국회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에 전달했다.

협의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특법 개정안은 정부가 제안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지방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지난해 연말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탄핵정국 때문에 국회의 법안 심사까지 졸속으로 이뤄져 재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헌법 122조와 123조에는 ‘국가는 국토의 균형있는 개발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간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추진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탄핵정국을 틈타 정부는 조특법을 개정해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이른바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수도권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개정으로 비수도권의 기업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임에도 제대로된 공론화과정도, 지방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지역균형발전에 전면 배치된 결정을 한 정부에 대해 비수도권 지역 국민들은 심한 배신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대한민국 경제력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를 더욱 심화하는 한편 사회경제적 비용은 과중돼 국가 전반의 경쟁력을 하락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정부는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4차 산업혁명 혁신클러스터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 4차 산업혁명도 수도권 중심으로 대응해 지방의 혁신산업들은 들러리로 전락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체는 지역격차를 심화시키는 조특법을 재심의해 유턴기업의 수도권 입지가 가능하게 한 개정내용을 철회하고 재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비수도권 이전기업의 유치 활성화를 위해 유턴기업의 지방 이전을 적극 지원하고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상향 조정·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에 대해 비수도권 14개 시·도의 역량을 총 결집해 적극적으로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도권 의원들의 반발이 조특법 재개정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현재대로 유지될 경우 유턴기업에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수도권 지역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남동국가산업단지’, ‘경기도 시흥반월지구’ 등 이미 인구나 산업시설이 집중된 지역도 해당된다.

이 지역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지역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수도권 의원들 입장에선 이 같은 산업지역 활성화를 위해 법안 재개정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 관계자는 “이번 현안에서만큼은 비수도권 의원들이 여·야를 벗어나 공동으로 대처해 각 당의 지도부를 압박한 뒤 당론차원의 법안 재개정 추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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