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법원이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삼성은 설마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며 큰 충격에 빠졌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이 제기한 혐의가 큰 틀에서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다를 게 없는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심히 유감"이라며 "향후 본 재판에 성실히 임해 혐의를 벗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2차례 특검 조사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물공여와 횡령 등 주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씨 측에 제공한 승마 지원금 등은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것일 뿐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며,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역시 대가 없이 낸 '준조세' 성격의 돈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번에 특검은 새롭게 제기한 '명마 블라디미르 구매 우회 지원' 혐의 등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임을 입증하고자 애를 썼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 계열사 임원은 "마치 둔기로 한 대 맞은 것은 충격을 받았다"며 "총수 부재로 인한 문제 중 하나는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라고 말했다.

    앞으로 총수인 이 부회장이 수의를 입고 특검에 불려 다니고 법정에 출석하는 일이 계속될 텐데, 의욕을 가지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삼성의 다른 직원은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경쟁사인 애플의 팀 쿡 CEO가 미국 사법당국에 구속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한국에서 지금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그룹은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러 차례 검찰 수사 등에 휘말렸으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했을 때도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고, 당시 전무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리스크를 책임질 오너의 부재로 신사업 투자나 M&A(인수합병)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 그룹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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