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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심근경색 줄기세포치료' 현실인가, 환상인가
명의에게 묻다- '심근경색 줄기세포치료' 현실인가, 환상인가
  • 동양일보
  • 승인 2017.03.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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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로 심장 펌프능력 3∼4% 호전 효과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개인사업가인 A(67·남)씨는 당뇨병을 앓고 있다. 그는 당뇨약을 꾸준히 먹고 틈날 때마다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5년 전에는 담배도 끊어 건강관리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2년 전 어느날 새벽에 잠을 자던 중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아팠다. 그는 당시의 고통을 "숨쉬기가 힘들 정도"라고 떠올렸다. 결국 응급실에서 급성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A씨는 혈관개통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A씨는 요즘 들어 빨리 걷거나 활동량이 많아지면 숨이 차는 증상이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걱정이 든 A씨는 병원을 찾아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이 결과 2년 전 급성심근경색의 후유증으로 심장의 펌프기능이 많이 떨어져 심부전 상태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수십년간 눈부신 의학 발전에 힘입어 급성심근경색 사망률은 현저히 감소했다. 이제 응급실로 들어오는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하지만 사망률 감소와 달리 심근경색 때문에 펌프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으로 발전하는 환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의사와 연구자들이 심근경색 직후 심부전으로의 진행을 막는 묘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이런 치료법 중 하나로 기대를 모으는 게 줄기세포다. 이 치료법은 20년 전부터 연구가 시작돼 이미 많은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이 이뤄져 왔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을 가진 미분화 세포를 말한다. 전기적 자극이나 기계적 자극 같은 분화 자극을 주면 특정 세포로 분화되는데, 자극이 달라지면 다른 세포로도 분화될 수 있다.

심근경색을 포함한 중증 급성·만성 허혈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치료는 심근의 재생과 손상된 심근의 기능 회복이 목적이다. 그동안 증례 보고부터 임상연구까지 다양한 결과가 발표됐지만, 아쉽게도 줄기세포치료를 했을 때 심장의 펌프능력은 3~4% 정도만 호전되는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 정도의 소폭 개선이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또 줄기세포치료를 받더라도 장기적으로 사망 등의 예후는 개선되지 않아 임상 현장에서는 줄기세포치료를 주요 치료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줄기세포치료 이후 심장의 펌프기능과 임상 경과가 호전된다는 보고가 이따금 나온다. 그래서 여전히 줄기세포치료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줄기세포치료는 손상된 부위에 줄기세포를 넣어 심근세포로 분화하도록 하는 원리다. 이런 방식의 치료법이 주는 묘한 매력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 모두 큰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심근경색 줄기세포치료제가 일반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줄기세포의 종류와 양, 이식방법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현재 심근재생에 쓸 수 있는 세포는 태아줄기세포, 골격근 근모세포, 골수줄기세포, 혈관내피 전구세포, 중간엽줄기세포 등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골수세포와 혈관내피 전구세포의 낮은 생착률 △허혈조직 내 이식세포의 낮은 생존율 △성체줄기세포가 심근세포로 분화하는 비율 저조 △순환 또는 잔존 심장줄기세포의 부적절한 세포 동원 △이식세포 간 또는 숙주세포와 이식세포 간 전기·기계적 부적합 등이다.

아직은 어떤 방법으로 이식할 때 효과적인지 지속해서 연구 중이다. 그러나 이식된 세포의 생체 내 분화효율성과 생존율이 알려지지 않았고, 현재 기술로는 세포 단위의 운명을 추적할 수 없으므로 최대한 많은 세포가 생존하면서 모두 심근세포로 분화하는 병합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숙제다.

줄기세포치료를 받은 뒤 심기능 개선 관련 장단기 효용성이 보고되고 있지만, 이런 결과가 줄기세포치료의 효과인지, 스텐트 삽입 등의 중재시술이나 적절한 약물치료의 효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치료효능지표로 심장의 수축기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좌심실 구혈률'을 이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구혈률이 20%라고 하면 심장에 들어온 피의 20%만을 심장이 온몸으로 보내준다는 것으로, 심장이 매우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좌심실 구혈률은 체액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선의 정도가 치료 효과를 가늠하는 척도로 적절한지에 두고 논란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치료효능지표를 개발해야 하고,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예후를 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연구 또한 필요하다.

줄기세포는 작용기전이 밝혀져 있지 않아 심근재생이 아닌 다른 조직으로 분화하거나 악성종양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줄기세포치료가 새로운 의학적 문제를 만들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급성심근경색은 다양한 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아 작용기전이 밝혀지지 않으면 치료 대상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명확치 않고, 다른 원인에 의한 심부전 치료에 응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줄기세포치료가 급성심근경색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치료법이 확립된 단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치료법으로 확립되려면 줄기세포의 기능성 개선뿐만 아니라 병합 치료법의 개발, 치료효능지표 정립, 이식 후 숙주와의 상호작용, 이식 대상 질환 연구 등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장기육 교수는 1989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2년간 하버드의대 부속 매사추세츠병원 순환기내과 연구교수로 연수했다. 가톨릭대 산학협력단 연구진흥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장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중재술(TAVI), 심혈관중재술 등으로 명성이 높다. 미국심장학회와 대한심장학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학회활동도 활발하다. 심근경색연구회 연구이사, 대한심장학회 기초과학연구회 기획이사, 대한심혈관중재학회 간행 및 편집이사, 스텐트부전증 연구회 학술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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