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흠 청주금천중 교장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연준흠(62) 청주금천중 교장의 손을 따라 새하얀 종이 위에 행복한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피어난다. 그림 속에는 아이들을 향한 스승의 애틋하고도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꿈이 자라야 하는 교정, 그러나 벌써부터 공부에 치이는 학생들에게 연 교장은 예술과 문화로 잠시 책을 덮고 모든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여유를 선물한다.

연 교장의 전공은 영어. 그러나 캘리그라피, 그림, 음악 등 예술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약간은 독특한 교사다. 교장실 한쪽에는 종이와 먹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틈이 날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준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했지만 색약을 앓았던 탓에 미술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자 하는 열정이 너무 컸던 그는 색약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어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학과를 수료하고 현재 캘리그라피 작가, 크로키 작가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 그는 색약이 주는 불편함을 딛고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생님으로 발돋움했다. 1987년 충북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입선, 2016년 충북미술대전 예총회장상, 장애인식개선 캘리그라피 공모전 최우수 등 다수의 상을 받고 여러 차례 전시를 열을 정도로 그는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한다.

그가 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리게 된 데에는 한 학생의 영향이 컸다. 금천중에 부임하기 전 진천교육청에서 근무했던 연 교장은 당시 한 학생의 얼굴을 그려달라는 wee센터 상담교사의 부탁을 받았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그 학생의 캐리커처를 그려줬어요. 그림을 받아든 아이가 ‘지금까지 자기 얼굴을 5분 이상 바라봐준 사람은 선생님이 유일해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더없는 감동을 느꼈고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한마디라도 더 건네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캐리커처가 그려지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을 고백하고, 꿈을 이야기 한다. 이렇게 연 교장은 예술을 도구로 삼아 학생들의 곁으로 몸을 낮춘다.

“미움 받고 싶어 하는 학생은 없어요. 아이들은 늘 칭찬받고 싶어 하고 관심 받고 싶어 해요. 그림을 그림으로써 아이들과 눈을 한 번 더 맞출 수 있고 말 한마디도 더 나눌 수 있어요.”

연 교장은 부임지마다 학생들의 얼굴을 그려주고, 캘리그라피를 써주고, 학생들이 자율적인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예술과 문화로 소통하곤 했었다. 그 결과 어지러웠던 신발장이 정돈되고 복도에서는 침 뱉는 아이가 사라지고, 인사소리와 웃음소리가 복도를 메우는 등 인성교육의 효과도 얻게 됐다.

그림과 글씨 등 예술을 활용해 여러 차례 좋은 효과를 경험한 연 교장은 3년전 금천중 본관 로비에 ‘금천갤러리’를 설치했다. 이곳에는 학교 선생님들의 캐리커처와 학생들의 작품, 연교장의 작품들로 빼곡하다.

“금천갤러리가 ‘칭찬의 창구’역할을 합니다. 교내를 걷다가도 전시된 것을 보고 해당 학생의 작품을 칭찬하게 되고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학생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고 이는 바른 인성교육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과 음악 등 예술을 통해 행복을 주고받는 학교가 되고 학생들의 태도도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는 연 교장이다.

연 교장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공연의 기회도 주고 있다. 충북의 교장, 교감, 장학사 등 교원으로 구성된 ‘쌤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꾸준한 음악활동도 펼치며 음악이 주는 해방감, 행복을 느끼게 됐고 학생들이 등굣길과 점심시간을 활용한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음악으로 활력을 찾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그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은 말보다는 끊임 없는 관심과 사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림과 음악, 예술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정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6개월. 연교장은 학교를 떠날 때까지, 퇴임하고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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