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소환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21일 오전 9시 30분까지 검찰청사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의 신분으로 4번째 소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새겨질 또 하나의 오점이다. 국민의 입장에선 국격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이같은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나라를 바로 세우고 법치를 올곧게 가다듬는 일의 시작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에서부터 실현된다. 그런 까닭에 검찰의 소환은 당연한 일일 뿐만아니라 떨어진 국격을 다시금 세우는 일의 일환이기도 하다.

문제는 구속여부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설왕설래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실적내기 수사, 여론추정 조사, 또 편향 수사, 특히 이번 대선에 영향을 주는 수사라는 비판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가뜩이나 불리한 조기대선 판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까 경계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검찰이 빠른 수사에 나선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당연한 일”이라며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측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일말의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의 방패 뒤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번번이 어겼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수본의 기소 내용이 사상누각이라는, 특검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는, 합의 사항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등 온갖 핑계를 대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혹여 이번엔 ‘박사모’라는 방패 뒤에 또 숨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도 지켜봐야 알일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그렇다고 이번에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검찰에 대해 국민들이 후한 점수를 주는 것도 아니다.

검찰 또한 그동안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에 소극적이거나 본말이 전도된 수사를 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윤회 문건’이 터졌을 때 자료 유출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수사 대신 그 실체에 대한 정확한 칼날을 겨눴다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시발된 스캔들이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준열한 심판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박 전 대통령 소환은 검찰에게 있어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만큼 큰 분수령임에 틀림없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는 검찰이 쥐고 있는 기소권과 수사권 뿐만아니라 검사장 직선제와 공수처 등 수없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국민적 불신을 씻고 새로운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한다면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검찰의 존립 근거를 있는 그대로 증명해내면 되는 것이다. 존립 근거는 다름아닌 ‘원칙과 법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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