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청소년들이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욕설을 섞어가며 목청 높여 떠들거나 난잡한 행동을 벌인다. 이를 목격하고 있는 어른은 “세상이 어찌 되려고 저러는가.” 라며 참견하려고 한다. 동행하고 있는 동료어른은 “요새 애들은 부모말도 듣질 않는데 낯선 어른 말을 듣겠는가. 안면몰수하고 막말을 하며 주먹을 쥐고 덤벼들면 어찌 하겠는가”, “그저 못 본 척 하게나. 교육할 목적으로 끼어들다가 봉변당하지 말고”... 다중공간에서 만나고 있는 어른들끼리 자주 나누는 이야기다. 이 대화 속에는 걱정과 탄식 등을 넘어 체념하고 살아야 한다는 비감이 짙게 묻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탈규범적, 금도이탈적 언행이 난무하고 있다. 삼강오륜 및 이웃사촌이라는 미풍양속은 그 자취를 찾기 어렵고 모두가 이방인적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심지어 부모나 종친 어른들께도 거칠고 험한 언행을 자행하는 예를 쉽게 볼 수 있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혈연공동체 의식이 얇아지고 핵가족 중심의 이기주의 행태가 범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화가 고도화 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목숨같이 소중하게 여겼던 가족관계가 시장에서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처럼 이해관계 및 계산적 관계로 변질되고 우애와 협동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던 사회규범은 ‘너는 너, 나는 나’라는 개인주의 물결 속으로 매몰되고 있다. 세상이 점차 정글세계화 되는 것 같다. 이러한 흐름은 경제 및 문명의 발달과 함께 계속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은 이는 시대적 환경적 변화에 수반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간과하는 경향이다.
인간은 정신적, 사회적 존재라는 점과 인간 삶의 가치는 얼마큼 사회공동체 의식과 행동 등을 구비하는가를 관건으로 한다는 점 등에서 이러한 현상들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아니 된다. 인간의 행복은 무엇보다 사회가 건강성을 유지할 때 보장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의 모든 구성체가 하나가 되어 이러한 현상들이 더 이상 만연되거나 심화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다 같이 시민교육에 나서야 한다. 모두가 도덕 및 사회규범을 준수하고 전통적인 가치인 미풍양속을 존중하며 구성원 간에 상대방의 인격존중과 배려 및 양보 등의 미덕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문화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일상 속에 체질화 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게 하기 위하여 가정을 비롯하여 사회의 모든 조직이나 기관 및 단체 등이 한마음으로 앞장서야 한다. 가정에서는 혈연의 숭고성을 깊이 인식하고 화목과 우애의 분위기 속에 각자의 지위에 맞는 역할질서를 확립하여야 한다. 천륜을 절대적인 가치로 보고 그에 순종하는 윤리의식이 착근되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회의 모든 조직, 기관 및 단체들은 목적 사업이나 활동 등을 전개함에 있어서 적실성을 확보함은 물론 사회규범과 정의 및 질서에 맞게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공공선 도모, 선공후사(先公後私), 사회공동체 의식의 고양 등이 실천되게 하여야 한다. 결코 사회건강을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이득과 편의 극대화에 치중해서는 아니 된다. 특히 막강한 영향력 및 파급력 등을 가지고 있는 정치와 행정권, 경제권, 교육권, 문화권, 일반사회 등의 솔선수범이 요구된다. 정치는 ‘바름(正)’의 가치창출에 앞장서고, 행정은 민본(民本)의 집행자로서의 사명에 충실하며, 경제는 ‘물품거래는 인격을 사고파는 것’으로 보는 상도환경(商道環境)을 조성하며, 교육은 ‘인간 정신의 지도를 그리는 활동’이라는 전제하에 인성과 의식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데에 진력하여야 한다. 학교는 인격도야의 동산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곳보다 민주시민 교육이 빈틈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현상들을 대상으로 왕성한 토론을 전개하고 옳고 그름을 가려내어 자신과 사회에 적용케 하여야 한다. 문화는 인간 삶의 결을 기름지게 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인간으로 하여금 본질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여야 한다. 일반사회에서는 ‘인간은 사회구성원 한사람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이행에 충실하고 정의 및 공동체 의식 등을 철저하게 실천하도록 하여야 한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비도덕적인 행동들에 대하여 자기와 무관하다는 생각 하에 수수방관 내지 외면하지 말고 ‘저와 같은 비도덕적 행동들은 곧 나와 내 자손들과 직결된다’는 생각에서 자기일로 삼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지도에 나서야 한다. 시민교육의 차원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시민교육을 통하여 옳고 그름, 정상과 비정상 등이 선명하게 가려지고 정(正)과 정상(正常)이 바로 서는 사회가 건설되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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