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배정자 후속 조치에도 불만 목소리

충북도교육청 / 자료사진

(동양일보 단독 = 조아라 기자) 충북도교육청이 청주 평준화고 배정 방법을 일부 변경하기로 결정하면서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빈축이 일고 있다. 청주시내 지원 가능한 모든 학교를 지망하도록 했던 방식에서 1년 만에 기존의 ‘7지망’ 방식으로 회귀하면서 올해 초 고등학교에 배정된 1학년생들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3일 ‘충북도 고등학교입학전형위원회’를 개최해 2018학년도 충북도 소재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남학생의 경우 14지망, 여학생의 경우 13지망을 지원하도록 했으나 올해는 서로 다른 7개 학교를 지원하도록 범위를 축소했다. 7지망까지 지원한 학교에 배정되지 않을 경우 배정 인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 중 학생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학교로 배정되도록 하는 안도 덧붙였다. 지난해처럼 학생 성적을 4개 군으로 나눈 뒤 지망하도록 했던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새롭게 도입한 배정 방법에 대해 각계의 논란과 향후 부작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1년 만에 7지망을 하도록 했던 전년도 배정방식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학교 3학년생 자녀를 둔 청주의 한 학부모는 “지난해 고교배정 문제로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것을 봤는데 올해 배정 방법이 또 바뀌는 줄은 알지 못했다”며 “당장 내년에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데 자꾸 교육 정책이 바뀌니 학부모로서는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교육청에서는 정책을 시행할 때 조금 더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년 만에 바뀔 정책에 실험대상자가 됐다는 것이다. 평준화고 배정 추첨 결과 발생한 8순위 지망 이상 배정자(이하 임의배정자) 108명에 대한 후속 조치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은 임의배정자들의 통학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기숙사 우선 입소 등 행정적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들의 기숙사 입사를 허용하는 학교에는 2000만원 상당의 기숙사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임의배정된 학생 중 기숙사에 입소해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기숙사가 성적우수자 위주의 학사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원거리 배정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숙사에 들어가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의배정자의 쏠림 현상이 발생해 전원을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청주 A고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신청을 받았는데 10명이 넘는 임의배정 학생 중 1명만 기숙사에 들어왔다. 기존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달가워하지 않는다”라며 “청주시내 많은 학교들이 기숙사에 임의배정 학생을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임의배정된 고1 학생을 둔 학부모 B씨는 “어떤 학생은 봉고차도 운영되지 않고 버스도 한 번에 가는 노선이 없는 학교에 배정 받아 등하교에만 두 시간 반 이상이 걸린다고 들었다”며 “1분 1초가 아까운 시기에 많은 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하게 생겼는데 이 학생과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아이의 경우 성적우수자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1학기 동안 시험을 못 보면 2학기에 쫓겨날 수도 있다”며 “하숙비나 통학비 일부를 지원해 준다거나 기숙사에 성적 부담 없이 3년 내내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등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학생들에게 가능한 선택권을 많이 주기 위해 배정 방법을 변경했던 것”이라며 “학부모님들이 7지망 이후는 의미가 없다고 해서 설문 조사와 의견 수렴을 해서 다시 안을 바꾸게 된 것이다. 모든 제도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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