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 충북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값 135㎍/㎥를 기록한 12일. 청주 청원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수업을 마친 30~40여명의 학생들이 뛰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네, 미끄럼틀 등을 타는가 하면 줄넘기를 하거나 공 던지기를 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학생은 “다음 달에 피구대회가 있어서 피구 연습을 하고 있다”며 “요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체육 시간에 밖에 나가지 않고 강당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의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나쁨’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에서는 일선 학교에서 앱과 문자를 통해 이를 알리고 실외수업을 자제, 금지하라고 조치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미세먼지 주의보ㆍ경보 발령 시 야외수업을 단축하거나 휴업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기준이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3월 도내 유·초·중·고에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 매뉴얼’을 보급했다. 또한 4월 초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조치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매뉴얼은 ‘예비주의보’ 단계의 경우 어린이, 학생의 야외 수업 자제, ‘주의보’의 경우 야외수업 단축 또는 금지, 등하교 시간 조정, 수업 단축, ‘경보’의 경우 휴업 권고, 질환자 특별관리(조기귀가, 진료) 등을 하도록 하는 대응 요령을 담고 있다.

미세먼지(PM-10)의 시간 당 평균 농도가 15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인 때 ‘주의보’가, 평균농도가 300㎍/㎥이상 2시간 이상 지속인 때 ‘경보’가 발령된다. 도교육청은 ‘나쁨’ 이상이 예상되면 문자와 앱 등을 통해 학교에 야외 수업 자제 등을 안내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부터 12일 현재까지 ‘주의보’가 발령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다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수준에 맞춰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학교 미세먼지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하고 기존 정부의 미세먼지 예보에 따른 단계별 대응 권고안을 한 단계씩 상향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보 ‘보통’ 단계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50㎍/㎥ 이상(초미세먼지는 25㎍/㎥ 이상)일 경우 야외 수업을 자제하고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토록 지도한다.

도내 일부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80㎍/㎥ 이상인 ‘나쁨’의 경우 야외 수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학교에 따라 수업을 실외에서 하는 곳도 많아 학생들이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야외 수업을 금지하는 경우에도 강당을 갖추지 못해 교실에서 체육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학교도 많다.

청주의 A초등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에서는 미세먼지를 담당하는 교사가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해 다른 교사들에게 알려 ‘나쁨’ 이상일 경우 실외활동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며 “강당이 없어 교실에서 체육 수업을 하도록 하는데 아이들이 많이 답답해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WTO 수준으로 미세먼지 주의보ㆍ경보 단계를 강화하고 실내 체육수업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마스크 보급을 하는 등 미세먼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 ‘나쁨’ 이상이 예상되면 야외 수업을 자제 또는 금지해 달라고 하고 있으며 예방 교육과 행동 요령에 대한 안내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교육청 신문고 등을 보면 ‘우리 학교는 안내를 못 받았다’는 등의 민원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나쁨’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경우 공문을 추가적으로 발송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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