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도종환·변재일·오제세 지역구서 승리 이끌어
한국당 수성 실패…5명 중 박덕흠만 체면치레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19대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면서 충북지역 국회의원들도 지역구에서 거둔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그동안 4차례 진행된 총선에서 전통적 강세를 보였던 청주권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의원 3인은 이번 대선에서도 양호한 성적을 거둬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충북 8개 선거구 중 5곳을 차지해 ‘대세’임을 자처해왔던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 기대에 못 미치자 침통한 모습이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19대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충북의 14개 구·시·군 가운데 문 대통령은 10곳을 석권했다.

낙선한 홍 후보는 4곳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그쳤다.

162만 충북 인구 중 절반을 차지하는 청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압승을 거뒀다.

문 대통령은 청주의 상당·서원·흥덕·청원 4개구에서 모두 4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홍 후보는 이 4곳에서 20%대에 머물며 고전했다.

청주권은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했다. 민주당 오제세(서원) 의원과 변재일(청원) 의원은 내리 4선에 성공했을 정도다.

흥덕구 역시 민주당 노영민 전 의원이 17∼19대 총선에서 당선했고, 지난해 20대 총선에서는 같은 당 도종환 의원이 지역구를 이어받아 승리했다.

청주권 3명의 민주당 현역의원은 이번 대선 승리를 발판으로 지지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데다, 현역의원들의 지역구에서 밀렸다는 점이 더욱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충북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을 안고 있는 상당구에서도 승리를 내주면서 자존심에 금이 갔다.

특히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6년째(19∼20대) 지켜온 지역구라는 점에서 충격파가 더 크다.

정 대표 권한대행으로서는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수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한국당 몫으로 돌아간 제천, 충주, 진천·음성·증평, 보은·옥천·영동·괴산도 이번 대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종배(충주) 의원은 총선 때 6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 충주에서 문 대통령(34.35%)은 홍 후보(30.39%)를 4%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 의원으로서는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을 막는 데 실패한 셈이다.

권석창 의원(제천·단양)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역구인 단양에서는 홍 후보(39.94%)가 충북 내에서 가장 큰 득표율 차이로 문 대통령(28.85%)을 앞섰지만, 유권자가 훨씬 많은 제천에서 1위 자리를 문 대통령에게 내줘 체면을 구겼다.

제천은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북에서 유일하게 열세를 보였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서 제천 유권자들이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것은 권 의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중부 3군(음성·진천·증평)의 경대수 의원 역시 3개 지역 모두에서 문 대통령에 패배하는 굴욕을 안았다.

문 대통령과 홍 후보의 득표율 차이도 지역마다 모두 10% 포인트 이상 됐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임해종 후보에게 5.5% 포인트 차 신승을 거둔 경 의원으로서는 이번 대선 결과가 누구보다 뼈아플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남부 4군(보은·옥천·영동·괴산)의 박덕흠 의원은 홍 후보가 옥천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지역에서 우위를 점해 충북지역 한국당 의원 중 유일하게 체면을 살렸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대선 승리로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게 된 반면 한국당은 입지 축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내년 지방선거가 정치적 기반을 존속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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