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집 인터뷰 - 오하영 전 청주 교동초 교장

<사진/최지현 기자>

아침 출근 운동장에

아이들이 쪼르르르

여기저기 모여든다

공을 차던 아이까지

 

운동장 가운데 서면

일층 아이 손 흔든다

이삼 사층 아이들도

와아 와아 교장선생님

 

마술 마술 보여주세요

학교 창문 활짝

호주머니 수건 동전

즉석 마술 펼쳐진다.

(오하영 동시 ‘학교가 들썩들썩’)

 

번쩍이는 빨간 의상에 검은 마술 모자를 쓴 그가 현란한 손기술을 선보인다. 멀쩡했던 부채가 순식간에 여러 동강이 나고 입에서는 끝도 없을 듯 연신 긴 종이가 나오는 신기한 마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튀어나올 것 같은 마술 모자 속에는 어린이들에 대한 진한 사랑이 가득 담겼다.

카네이션 한 송이조차 전하기 힘들게 되며 특히 더 쓸쓸해진 올해 스승의 날. 퇴직 후에도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전해주며 진정한 스승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이가 있다. 2004년 청주 교동초 교장으로 퇴직한 오하영(76)씨.

그는 마술 공연을 다니고 동시·동화집을 발간하며 제2의 삶을 일궈가고 있다. 그동안 다닌 마술 공연만 450여회. 청주는 물론 제주도 등 전국 17개 시·도와 필리핀 해외 공연까지 다녀왔단다.

그가 마술을 처음 접한 것은 1985년. 일본 여행 중 우연히 거리에서 파는 마술도구를 구입하게 되면서부터다. 막연히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스폰지 마술, 끈 마술 등을 할 수 있는 간단한 마술 도구 5가지를 구입해 왔고 수업 중 학생들에게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마술이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오 전 교장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술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마술 레퍼토리는 150여 가지에 이른다. 덕분에 학생들로부터는 늘 인기 만점이었다는 오 전 교장. 마술 공연을 펼칠 때면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청주 우암초 교감을 할 때는 스승의 날에 방송국에서 촬영을 왔는데 “제일 인기 있는 선생님이 누구냐?”는 질문에 학생들이 저를 꼽았어요. 서울 은평초에 공연을 하러 갔는데 유명한 아동문학가들도 함께 와서 문학 강연을 했거든요. 행사 후 사인회를 하는데 학생들이 저한테만 와서 줄을 서는 겁니다. 엄청 민망했어요.”

“교사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면 아이들도 교사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해한다”는 오 전 교장. 교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출근하면 제일 먼저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함께 놀며 하루를 시작했고, 교장실 문은 늘 열어 놓았다. 덕분에 교장실은 늘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2004년 청주 교동초 교장으로 퇴임할 당시에는 학생들의 손에 봉선화 물을 들여 주고 마술을 선보이는 이색 퇴임식을 펼쳐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이날 퇴임식은 전국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켜 해외 토픽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방송되기까지 했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30kg에 달하는 마술 도구가 든 가방을 들고 버스로 전국 각지를 누비며 거뜬하게 한, 두 시간의 공연을 소화해 낸다. 비결은 꾸준한 운동. 매일 두 시간씩 아령과 팔 굽혀 펴기 등을 하며 체력을 유지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전국 실버코리아 몸짱 보디빌딩 선발대회’에 출전하기까지 했다. 아쉽게 10위권에 그쳤지만 10년 안에 우승을 노려볼 작정이다.

그는 1990년 월간 ‘아동문학’에 동화, 2000년 계간 ‘아동문학연구’에 동시로 등단한 아동문학가이기도 하다. 마술로만 소재를 삼은 동시집 ‘학교가 들썩들썩’, 동화집 ‘마술 할아버지’ 등 10여권의 동시·동화집을 발간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직접 작사한 가사에 곡을 붙인 동요집을 펴냈다.

오는 6월부터는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 소속 강사로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인성 마술을 지도하고 선보일 예정. 청주 고인쇄박물관 문화해설사, 청주내덕노인복지관 1인 1책 펴내기 프로그램강사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이 참 순진하고 깨끗하고 천진난만하잖아요. 그 동심의 세계에 들어가면 굉장히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위해 힘들여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과 활력을 얻어가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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