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 조선 중기의 박학한 학자로 창녕 물계서원에 제향 된 성 문준(1559∼1626)이 재주가 뛰어난 13세 소년 신량(1596∼1663, 조선 후기의 문신)에게 독서에서 유념 할 7가지를 써준 독서 칠 결 이 있다. 그 내용은 ① 한 권당 1∼2년씩 집중하여 수 백 번 읽을 것 ② 건너 뛰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것 ③ 감정을 이입해서 몰입할 것 ④ 계통을 갖춰서 번지수를 잘 알고 읽을 것 ⑤ 낮에 읽고 밤에 생각하는 방식으로 되새겨 읽을 것 ⑥ 작자의 마음속 생각을 얻으려고 노력할 것 ⑦ 읽는데 그치지 말고 자기 글로 엮어보는 연습을 병행할 것 등 7 가지를 일러주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볼 때 유익한 독서법이다. 하지만 그 당시는 주로 한문으로 된 인문학 중심의 서적이었을 것이고 시대상황이 요즈음과 달랐기에 현대의 청소년들을 위한 독서 방법을 제시해 본다.
 첫째 모르는 어휘나 문장을 정확히 알아야 다음 독서에 거침이 없고 도움이 된다.
어휘의 뜻만 알 것이 아니라 어원이나 출처를 알아두면 당장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나 후에 큰 도움이 되고 폭넓은 공부를 할 수 있다.
 둘째 글 속의 내용을 머릿속 에 그리며 읽는다.
글 속의 상황과 정서 등을 생각하며 같은 입장이 되어서 읽는 것을 말한다. 
 셋째 역사물이면 당시의 상황을 현대적인 상황으로 해석하고 현재에 재현 할 방법과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워 보아야 한다.
 넷째 책 속의 내용과 다른 주장이나 반대 학설을 찾아 비교해 보며 읽을 필요가 있다. 2001년 9월11일 테러가 있자 많은 사람들이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저서 “문명의 충돌” 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독일 프랑크 푸루트 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 하랄트 뮐러는 그의 저서 “문명의 공존”에서 “문명의 충돌” 은 은연 중 백인과 기독교 문화의 우월성을 주장한다는 반론을 제기했듯이 반대 되는 책을 읽고 비교 할 뿐 아니라 자기의 주장도 정리해 두는 것은 장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요즈음 정보화 시대가 도래 하면서 많이 회자하는 통섭의 방향으로 독서해야 한다. 성문준의 시대에는 인문학 중심의 시대였으나 지금은 과학이 세상을 바꿔놓는 시대에 인문학과 과학, 수학 그리고 예술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뿐 아니라 상호 관련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섯째 다른 사람의 저서를 읽으면서 삶과 학문의 방향 그리고 독서의 방향과 읽을 책의 종류와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김대중 옥중서신” 을 보면 정치적 주장이라기보다는 시종일관 독서에 관한 얘기가 써 있다. 무슨 책을 읽으면서 어떤 느낌을 받고 각오를 했으며 아내와 아들 , 며느리들에게 읽을 책을 알리고 자기에게 넣어 줄 도서명을 적는 등 독서 얘기를 적은 옥중서신이다. 그 책을 읽으면서 거기 소개 된 책을 철학, 사상, 역사, 정치, 경제, 윤리, 종교, 문학과 그 외의 예술 등 분야별로 분류하여 목록을 만들고 읽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또 일생을 통해 읽을 책의 목록을 기록해 놓고 읽어가는 것도 유익한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
 일곱째 독서하면서 아름답고 품격 있으며 차원 높은 어휘나 문장, 느낌 등을 적는 독서록을 써 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
또 그것을 자기가 쓰는 글에 활용하거나 응용하다 보면 자신도 글 욕심이 생겨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여덟째 글 속의 진선미, 관용과 도량을 흠모하여 인격 도야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글 속의 내용을 통해 인류에게 이롭게 쓰일 방법을 모색하고 악용시의 대처법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홉째 한 시간 독서했으면 그 내용을 세 시간 생각한다는 자세로 읽어보아야 한다.
책의 줄거리를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여러 각도에서 음미해 보는 것은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서 중 중요한 내용은 목차에 간단하게 기록해 놓으면 후일 필요할 때 찾기 쉽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효과적인 독서는 지적 호기심이 풍부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