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전국 모든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치러온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올해부터 폐지된다.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학업성취도평가는 모든 학생들이 치르는 ‘일제고사’에서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표집(標集)방식’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1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해 올해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모든 학생이 아닌 일부 학생만 평가를 치르는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당장 오는 20일 치르는 2017년 학업성취도평가부터 표집 평가가 도입된다. 교육부는 “올해는 시·도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국가 수준의 성취도 분석은 표집학교에 대해서만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는 전국 모든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 평가 대상이었으나 올해부터는 교육부가 선정한 표집 학교만 시험을 보게 된다. 전체 대상 학생 93만5000여명의 약 3%인 중학교 478곳(1만3649명), 고등학교 472곳(1만4997명)만 시험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집 평가로 전환되는 만큼 지난해까지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학교알리미)를 통해 공개되던 시·도교육청별, 학교별 평가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표집학교와 채점을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서만 채점과 개인별 평가결과를 제공한다.

다만 올해는 이미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에 표집 평가 이외의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볼지 여부는 각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내년부터는 완전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해마다 시행해왔다.

그동안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하는 전수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다가 1998년 이후 0.5~5%의 표집방식으로 바꿨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다시 전수조사 방식으로 전환됐다. 지난해에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국어·수학·영어를, 중학교 3학년 학생 1.5%를 대상으로 사회·과학을 평가했다. 해당 학년 학생들이 모두 치른다는 의미에서 ‘일제고사’라고 불렸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학업성취도평가 폐지 여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9일 국정기획위 간담회에서 “학업성취도평가는 시·도교육청간, 학교간 경쟁만 유발한다”며 성취도 평가방식을 ‘표집평가’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날 국정기획위가 성취도 평가를 표집방식으로 할 것을 교육부에 제안하면서 교육부가 올해부터 평가방식을 변경할 것을 전격 발표했다.

교육부 발표 후 전국시도교육감협이회장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전교조 등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국정기획위와 교육부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학교가 학력진단에 소홀해져 학교 교육의 질과 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표집평가로는 개인별 학력에 대한 진단과 평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에도 어울리지 않는 만큼 교육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