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가뭄 고통 받는 민심 외면…외유성 강해 ‘눈총’
혈세낭비 지적…연수기간 중 여비인상 조례개정안 발의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청권 지방의회 의원들의 잇단 외유성 해외연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비상시국으로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거나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이 ‘물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 지방의회들이 앞 다퉈 해외연수에 나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충남 서부권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충남도의회 농업경제환경위원회가 유럽연수를 떠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농경환위 소속 의원 7명과 사무처 직원 등 14명은 선진 농업현장 견학을 목적으로 5400여만원을 들여 지난 19~28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등 북유럽 5개국을 다녀왔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충남 서북부지역이 역대 최악의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는 농경환위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강용일 농경환위위원장은 지난 26일 조기 귀국해 “최악의 가뭄으로 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어려운 시기에 충남의 농업문제를 다루는 농경환위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공무국외연수를 떠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비판 여론을 수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강 위원장은 가뭄을 예상하지 못하고 미리 일정을 잡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충북 영동군의회 의원 7명과 의회사무과 직원 4명은 인도의 농업정책과 농업용수 공급시스템 등을 둘러본다는 명목으로 지난 24일 출국했다. 5박7일 일정의 이 연수에는 2560만원이 들어간다.

이들의 방문지역은 델리·자이푸르·아그라 등 인도의 대표적 관광도시다. 시청과 의회, 고아원 방문 일정이 있지만 구색 맞추는 수준에 불과하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도 가뭄이 절정이던 지난 23일 의회사무처 직원 3명을 동반한 유럽 연수에 나섰다.

전체 11일간 이뤄지는 이번 연수는 프랑스 신재생에너지와 곤충산업현장, 스위스 치즈공장, 이탈리아 와이너리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 연수에는 도비 4480만원이 드는데 의원들은 이 중 6.3%인 280만원을 자부담했다.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다음달 5~13일 보스니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를 잇는 발칸 4국 연수에 나선다. 이 연수에는 의원 7명이 1인당 250만~316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참가한다.

이들의 방문지도 논란거리다. 동유럽의 행정제도를 살피고 전통시장과 골목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연수 목적과 달리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이 대부분이다.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상품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지방의회는 가뭄 피해가 지속될지 모르고 사전에 일정을 확정짓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강행하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가뭄으로 타들어간 농민들에게 실망감까지 더하고 있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5월 시의원 9명이 10일간의 일정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연수 기간 중 ‘여비인상’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에 나서 비난을 샀다.

유럽연수 중인 시의원 9명 중 무려 7명이 이 조례개정 공동발의자로 참여, 국외연수 중 여비인상을 시도한 셈이 됐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와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 2월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시국에 해외연수를 추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더욱이 문화복지위는 끝까지 연수를 강행하다 공무국외출장 심의 역사상 최초로 ‘부결’이라는 불명예도 기록했다.

당시 비방시국 속 해외 행에 대해 도민들이 느껴야 할 상대적 박탈감 등 여론 악화가 우려되고 앞서 동료인 교육위원회가 자진해서 해외연수 계획을 보류한 마당에 문화복지위의 강행은 무리수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의원 임기를 1년 앞두고 관광성 해외연수가 다시 고개 드는 듯해 안타깝다”며 “아무리 예정된 일정이라지만 서민경제가 움츠러들고 최악의 가뭄이 겹친 상황 등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지금 의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해외연수가 아니라 어떻게든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가뭄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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