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국민의당 이유미씨의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사건은 19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 5월 5일 국민의당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아들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육성녹취를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일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 소환을 앞둔 시점에서 제보의 당사자인 이유미씨가 국민의당에 조작사실을 알렸고, 박주선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대선을 불과 4일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아니면 말고’식이 아니라 공당이 조작된 육성녹취를 당당하게 들고나와 판을 엎으려 했다는데 충격이 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세밀하게 검증하지 못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조작 가담 의혹’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씨는 검찰 소환에 앞서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당이 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용주 의원은 “이유미 혼자 벌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씨는 보고 윗선이었던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하고, 이준서씨는 그런 일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말들에 대한 진위여부는 검찰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당이 아무리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 해도 공당으로서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만 한다. 국민의당 검증팀에서 이유미와 이준서 사이 공모된 것으로 보이는 ‘문준용 제보조작’을 아무런 검증없이 터뜨렸다는 것은 그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말이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를 두고 주도적으로 검증했던 이는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부장검사 출신이다. 그런 그가 이유미씨의 ‘제보조작 고백’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의원이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조작사건이라 해도 책임은 면해지지 않는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검증팀을 이끌면서 국가적으로 파급력이 막대한 사안에 대해 ‘부실 검증’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임론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확인할 시간조차 촉박했던 때에 이 제보 조작을 호재로 이용했던 고위 당직자들과 이준서씨를 영입인사 1호로, 이유미씨와 사제지간 등 각별한 인연으로 중용했던 안철수 당시 후보에게도 도덕적 정치적 책임이 뒤따른다. 물론 검찰 조사 결과 이유미씨 ‘단독 범행’이 아니라 윗선과 연결됐다는 커넥션이 확인된다면 이는 당 해체 수준까지 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준용씨 특혜의혹까지 포함한 특검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어불성설이다. 노회한 정치 고수의 대표적인 물타기다. 머리 숙여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이 사안을 두루뭉술 희석시키고자 하는 얕은 꾀다. 그런 적반하장의 주장을 펴기 이전에 국민의당의 진정한 사죄가 선행되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