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석 시인

아침을 여는 시 / 괴델 플라워
함기석

이명을 앓는 나의 귀다
설탕이 검게 녹고 있는 눈동자고 폐가 폐가로 변한
휴일의 뒤뜰이다

생크림과 빛과 살이 격렬하게 뒤섞인 캔버스
형체와 색을 삼켜버린
여자의 입이다

나는 상수 C, 음일 수도 양일 수도 있는 씨
허공에 뿌리내린 추상 식물이다
그곳은 영원히 개화 방정식이 진행되는 고통의 땅이어서

밤은 밤의 눈동자 속에서 내 주검의 연속체다

시간은 입체를 버린 그림
꽃은 가설도 증명도 없는 잔혹극 육체

날개 잃은 나비 한 쌍이
꽃이 앓는 현기증 따라 빙빙 원무를 그리고 있다

△시집 ‘오렌지 기하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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