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 반영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우연히 SNS에 떠도는 중국버스사고 실화 ‘데이얀 영’ 감독의 ‘버스 44'라는 11분짜리 단편영화를 보았다. 참으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이 된 화제작이라 한다. 2011년, 중국 어느 오지에서 중년여성 운전기사가 버스를 운행하며 산길을 넘고 있었다. 도중에 버스승객을 가장한 강도 2명이 버스에 탑승하여 흉기를 들고 승객들의 돈을 강탈한다. 그리고 강도 한명이 여성운전기사를 끌고 내린다. 이십여명의 승객들은 모두 외면하고 있었지만 한 중년남자만이 강도들을 말리다가 폭행을 당하고 흉기에 다치게 된다. 급기야 강도들은 여성기사를 인근 풀숲으로 끌고 가 번갈아 성폭행을 저지른다. 강도들은 도망가고 여성기사가 돌아와 버스에 오른다. 만신창이가 된 여기사는 운전석에서 승객들을 째려보나 승객들은 모두 염치가 없어 고개를 돌린다. 간신히 뒤따라 온 중년 남자가 버스에 오르려 하자 여성기사는 다짜고짜 내리라고 소리친다. 중년남자가 황당해 하면서 "아까 난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여성기사는 "당신은 타지마!"고 단호히 말하며 그의 가방을 차창밖으로 던져버리고 버스는 급히 출발했다. 중년남자는 다친 몸을 이끌고 걸어가던 중 다행히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다 참혹한 버스사고현장을 목격한다. 경찰관이 말하길 버스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승객이 모두 사망하였다고 전한다. 멀리 낭떠러지를 바라보니 자신이 타고 왔던 그 버스였다. 그 여기사가 커브길에서 의도적으로 가속해서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여 본인은 물론 승객전원이 사망한 것이다. 그 여성 운전기사는 오직 살만한 가치가 있는, 강도들의 악행을 제지했던 그 중년 남자만을 의도적으로 버스에서 내리게 하고는 모른 척 외면하며 방관했던 승객들을 모두 지옥으로 데리고 갔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버스승객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주 목격되는 갖가지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서 방조자는 아닐까? 이웃나라 중국의 실화이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없을까? 왜 대부분의 승객들이 방관했을까? 성인들의 참된 용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나부터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참된 용기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누구나 행하던 용기가 어쩌다 행하는 사람은 의인이라 하여 매스컴에서 대서특필 뉴스거리로 전락했다. 그나마 그런 의인들의 이야기는 수없이 쏟아지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긱종 비리와 추잡한 사건들로 금방 묻혀버리고 만다. 용기란 무엇인가? 용기는 위험 앞에서도 꿋꿋하게 굽히지 않음을 말한다. 그것은 정말 어렵고 무서운 가운데서도 행해야 할 바를 행하는 것이다. 용기는 포기하거나 그만두고 싶을 때에도 과감히 나서는 것이다. 때때로 용기는 위험을 알면서도 그것에 굳건히 맞서는 것이다. 결심을 하고 결단을 내리는 경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없을 경우 우유부단하게 되며 결국 시기를 놓치게 되어 불행을 자초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을 경우 용기는 중대한 일을 수행하게끔 도움을 준다. 어렵고 두려울지라도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고자 노력하고 용기 있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그로부터 배우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 끝내 목숨을 잃은 ‘서교동 화재 의인' 안치범 씨가 그의 어머니에게 남긴 말이다. 대피하기에도 바빴을 화재현장에서 이웃을 구하려고 주저 없이 화마 속에 뛰어들었던 용기에 주민들은 모두 무사했지만 정작 본인은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극단적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한 요즘, 이러한 안치범씨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 사회에 큰 감동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의정부아파트 화재 밧줄의인 이승선씨도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타인의 목숨을 구하고 독지가의 성금도 단호히 거절하였다. 참으로 이기적인 행태가 판치는 세상에 등댓불 같은 의지의 표현이다. 그동안 우리 모두는 너무나 이기주의에 빠져 남이야 어떻든 나만 무사하고 편안하면 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참된 용기가 사라질 때로 사라졌다. 정의도 없고 의리도 없는 비정한 사회로 변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내로남불 정치인들, 갑질 재벌 기업인들, 가면속의 연예인들, 신을 빙자한 파렴치한 종교인들, 거기다가 방산비리에 눈먼 장군들, 그리고 어깨에 힘만 주고 다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여 당신들이 바로 그 버스의 승객들이 아닐까. 거기다가 툭하면 부덕의 소치요,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죄하면 끝인가? 참으로 잘 살고 있는 서민들을 역겹게 한다. 용기 있는 행위는 어느 것이든 두렵지가 않다. 그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과 뛰는 가슴을 견뎌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감수한 수많은 의인들의 참된 용기를 영원히 기려 본받아야 한다. 그 시도의 성패와 무관하게 시도하는 용기는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다. 용기와 결단력은 국가와 사회발전에 최상의 영향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국가와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참된 용기의 실천에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든 국민들도 생활화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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