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북한이 지난 29일 새벽 미사일 도발을 또 감행했다. 북·미간 ‘말 전쟁’이 소강국면으로 들어서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북한의 기습적인 ‘선물보따리’인 셈이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2700㎞를 날아갔다. 일본은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대피령을 내리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대 고도 550㎞의 비행궤적이었지만, 그래도 자신들 머리 위로 미사일이 지나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북한의 김정은이 호언했던 ‘괌 포위 사격’이 허언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북한핵을 둘러싼 국제적 정세에서 여러가지 ‘변곡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미사일의 발사각도를 주시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90도에 가까운 고각 발사를 통해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30~45도의 정상각도였다. 이는 ‘과시용 미사일 발사’에서 ‘실전용 미사일 발사’로 그 형태가 변환됐음을 의미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 매체의 보도를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훈련에는 유사시 태평양작전지대 안의 미제 침략군 기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고 있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과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이번 미사일의 비행 궤적이 일본 상공을 지나갔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하고 있는 ‘잠재적 타깃’에 미국은 물론 일본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계획 설정된 비행궤도, 목표수역 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발사명령을 하달했다”면서 “발사된 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의 오시마 반도와 에리모미사키 상공을 가로질러 북태평양 해상에 설정된 목표 수역을 명중타격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의 목표점이 되는 북태평양은 유사시 미군의 증원병력이 투입되는 루트라는 점을 비춰볼 때 그 파급력은 적지 않은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이를 빌미로 일본이 군국주의의 부활을 꾀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도 550㎞의 비행궤적이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님에도 일본은 대피령까지 내며 부산을 떨었다. 북한의 위협을 호기로 역이용하려는 아베 극우정권의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유엔 안보리가 29일(현지시각)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더 이상의 도발이나 핵실험을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음에도 북한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보도에서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하여 전략 무기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했다. 향후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한반도와 일본 뿐만아니라 괌을 포함한 태평양으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무리 벼랑끝 전술이라 해도 ‘감당할 수 있는 판’을 벌여야 한다. 불섶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앞뒤 분간 못하는 북한의 도발은 예서 멈춰야 한다. 판이 엎어지는 순간 공멸의 수순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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