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도심까지 출몰…시민 안전 위협

-정확한 정보 파악해야 피해 방지는 물론 전반적 관리 가능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파헤쳐진 이모씨의 고구마 밭.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도심까지 출몰하는 멧돼지들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예년 같으면 한해 농사의 결실을 수확하느라 바빴을 이모(여·58)씨지만 올해는 한숨만 쉬고 있다. 최근 멧돼지의 습격으로 고구마 밭이 쑥대밭이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올 봄 자신의 밭에 싹 1000포기를 심었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정성껏 밭을 가꿨지만 멧돼지가 고구마를 모두 파먹어 버렸다.

멧돼지는 코를 땅에 묻은 채 밭을 밀어버리기 때문에 하루하루 지날 때 마다 밭은 더 엉망이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시방편으로 울타리도 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고구마 1000포기는 온데간데 없이 단 한상자도 수확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쑥대밭이 된 고구마 밭을 갈아엎어야만 했다.

이씨는 “멧돼지로 인해 그동안 땀 흘려 가꾸어 놓은 고구마 농사가 완전히 엉망이 됐다”며 “이제는 멧돼지가 마을까지 내려올까 겁도 난다”고 말했다.

멧돼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것은 이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근의 다른 밭들도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인해 밭이 훼손되고 수확을 앞두고 있던 농작물을 잃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106억여만원에 달하고 이 중 멧돼지 피해는 전체의 44%인 47억여만원에 이른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유해야생동물로 인해 15억67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9억8700만원인 63%가 멧돼지로 인한 것이었다. 2015년에는 피해금액이 10억7500만원에 달했는데 51%인 5억5300만원이 멧돼지로 인한 것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이 도심까지 진출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4일 오후 3시 18분께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의 한 식당에 무게 100㎏가량의 멧돼지 1마리가 난입해 60㎡ 규모 식당을 약 5분간 휘젓고 다니며 식탁 4개와 유리창을 부순 뒤 달아났다.

멧돼지가 도심에까지 나타나는 이유는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개체들이 유입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서식면적이 작은 도심 산림에 멧돼지 서식 밀도가 증가하자 먹이가 부족해지고 새끼들이 독립하는 과정에서 도심까지 진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멧돼지의 적정 서식밀도는 100ha당 1.1마리지만 환경부의 2016년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멧돼지의 서식밀도는 2014년 4.3마리, 2015년 5마리, 2016년 4.9마리로 나타났다. 충북의 지난해 멧돼지 서식밀도는 5.2마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멧돼지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감독 아래 정확한 개체수와 위치정보, 연령, 성비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관리돼야 멧돼지 피해방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멧돼지 출현 증가에 따른 불안감이 고조되자 각 지자체는 유해야생동물 자율구제단,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 등 관리·피해 보상 대책을 내놓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는 거주지역의 읍·면·동사무소에 접수하면 담당 공무원의 현장 확인을 거쳐 피해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야생동물 전문가는 “야생동물 피해가 심각하다고 해서 무작정 대량 포획 등에 나선다면 향후 회복이 힘들 정도로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며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장미>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