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대전지역 교사들이 갖은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혹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선생님에게 대들거나 주먹질을 해대는 학생들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20일 대전시교육청이 발표한 교권침해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전에서 모두 136건의 교권침해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9건보다 57건(72.2%)이 증가한 수치다. 교권침해 사안 136건 가운데 학생 폭언이 64건으로 가장 많고 수업진행 방해 20건, 폭행 6건, 성희롱 4건, 기타 41건 등으로 조사됐다. 학부모가 교권을 침해한 사례도 1건 신고 됐다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교권침해 건수가 높아져 교사들이 육체적·정신적 치료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교단이 황폐해지고 교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거나 복장 불량을 지적했다는 사소한 이유 등으로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심지어 생활지도를 하면서 학생을 나무란 데 앙심을 품고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왜 내 자식을 야단치느냐며 행패를 부리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보니 교사들이 학생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기보다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려버리는 풍조가 교단에 만연했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렇게 된 데는 무책임한 교육행정도 한몫을 했다.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쉬쉬하면서 덮으려 하거나 교장 교감 등 관리자들도 교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고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교육청은 언론보도로 사회문제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오히려 신경을 쓰는 경향이 짙다.

대전지역 교권침해 신고는 2013년 302건, 2014년 253건, 2015년 300건, 지난해 151건으로 하락세를 보이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136건으로 지난해 발생 건수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 자료는 우리 학교 현장이 지금 학교 밖으로부터의 심각하고 일상화된 교권 침해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 환경이 날로 악화되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학교 교육 활동을 둘러싼 전통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전교육청은 대전교육활동보호종합센터와 교원치유지원센터, 에듀-솔루션, 찾아가는 해피클래스 등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강화해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대증 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무엇보다 교권 수호 대책이 필요하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길 수 있는,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간 교육 당국이 이를 위해 수없이 많은 정책을 제시했으나 교권은 계속 추락해 왔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교권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공교육 회생은 교사와 학생 간 신뢰가 회복되고 교권이 확립될 때 가능하다. 교권이 무너진 교육현장에는 교육이 존재할 수 없다. 교권이 바로 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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