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을 어기고 며느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이영학의 계부가 25일 자살했다. 그가 8년 동안이나 자신의 며느리인 이영학의 아내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해 왔다는 사실 관계가 경찰 수사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던 터였고, 이에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자택 앞 비닐하우스에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영학의 아내가 자살한 사건의 내면에는 그가 저지른 성폭행이 있었다. 사실무근이라 발뺌하던 그는 DNA 검사를 통해 며느리와의 성관계가 확인되자 며느리가 유혹해 벌어진 일이라고 변명했었다. 그의 자살로 이에 대한 사실은 미궁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덧붙여 이영학의 아내가 자살이었는지, 타살이었는지 의심스런 대목들이 아직 남아있기는 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의 면밀한 조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도저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하고 두려운 일들이 몇 달 사이 ‘막장 드라마’처럼 진행됐다. 그리고 그 와중에 3명이 죽었다. ‘인면수심’이라는 말로는 형용하기 어렵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납득하기조차 어려운 한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원적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사건의 시발은 한 여중생의 실종사건에서 비롯됐고, 실종사건은 살인사건으로 비화됐다. 그리고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집으로 끌어들여 수면제를 먹이고 성추행을 하다 깨어난 아이가 반항하자 목졸라 살해한 뒤 강원도 영월에 유기한, 일련의 과정들이 이영학의 자백으로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또 있다. 여중생을 살해한 이영학은 자신의 아내에게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강요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 게다가 ‘어금니 아빠’로 방송에 출연해 국민들의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 뒤 받은, 무려 12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그는 자신의 돈인 양 썼다.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국민들로부터 십시일반 받은 후원금을 그는 퇴폐업소를 운영하며 고급차를 몰고 다녔고,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하는데 40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딸의 병원비로 사용한 것은 10분의 1 정도인 1억6000만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가족에겐 일반인들에겐 ‘금기어’로 돼 있는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고, 그 금기어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형태로 실행된다. 며느리에 대한 시아버지의 성폭행,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이를 몰래 촬영한 남편, 아내의 자살 또는 타살, 여중생 성폭행 시도와 살해, 눈물로 호소해 모은 후원금 12억원을 자신의 돈처럼 쓴 파렴치한 행위 등등.

여기에, 경찰의 행태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여중생 실종 신고 당시 경찰은 ‘코드1’ 지령을 묵살하고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구출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경찰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더욱이 계부의 신병을 확보했다면 그의 자살을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막장 드라마’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되새겨야 할지도 난감하다. 이번 사건으로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후원금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다만, 그런 부류의 인간이 대다수가 아니라는 위안과 우리 스스로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통해 인간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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