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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령 여자마라톤선수 박고은 씨“마라톤은 내 삶의 이유이자 목표”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42.195㎞는 인생의 축소판과 같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29년간 내리 달려오면서 슬럼프와 부상으로 최악의 순간을 맞으며 운동을 포기하려 한 적도, 국제대회에서 개인 최고기록으로 우승하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하기도 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실업팀에서 마라톤선수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출산과 부상기간을 제외한 지난 17년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하루 평균 30㎞씩 달려온 거리가 무려 지구 네바퀴 반을 넘습니다. 제게 마라톤은 더 이상 직업이 아닌 제 삶의 이유이자 목표이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제 힘이 닿는 한 앞만 보고 끝까지 달리고 싶습니다. 달리는 삶은 정말 아름다우니까요”

우리나라 최고령 여자마라톤 엘리트선수로 활동 중인 박고은(42·사진·양산시체육회) 선수는 1976년 4월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청주남성초-청주여중-충북체고에서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해 오다 첫 실업팀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육상팀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마라톤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학창시절부터 타고난 체력으로 다져진 그였지만 ‘육상의 꽃’과 ‘지옥의 레이스’라 불릴 정도로 모든 체력이 소진되는 마라톤 선수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더욱이 선수생활 중에 목원대 사회체육과에 입학해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병행하며 훈련을 소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특유의 승부욕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크고 작은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무용을 배우던 초등학교 시절에 우연히 접한 달리기의 짜릿한 매력에 빠져 그 길로 학교 육상부에 들어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반복하는 힘든 훈련과정을 반복해야만 했지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거친 숨을 몰아쉬다 보면 ‘오늘도 나 자신을 넘어섰다’는 뿌듯함에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곤 합니다.”

박 선수는 1998년 전국체육대회 20㎞(1위) △1999년 전국실업단대항하프마라톤대회 하프마라톤(1위) △1999년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1만m(1위) △2000년 전국실업단대항하프마라톤대회 하프마라톤(1위)에 이어 2000년 동아마라톤 여자선수부에서 2시간33분06초로 우승, 최고의 기록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그러나 올림픽출전 가능기록을 불과 6초 초과한 탓에 꿈에 그리던 시드니올림픽행이 좌절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달렸다. 그 결과 △2002년 전주-군산 국제마라톤대회 마라톤(1위) △2003년 조선일보춘천마라톤대회(마라톤·3위) △2004년 전국실업단대항육상경기대회(1만m·2위) △2012년 전국실업단대항육상경기대회(1만m·1위) △2014년 전국실업육상경기선수권대회(1만m·3위)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엘리트 마라톤선수들은 매일 새벽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몸의 한계를 넘나드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체력과 건강관리에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대회를 앞둔 선수들은 단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게 되면 신체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몸에 큰 이상이 없는 한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사실 실업 2년차 때 허리·목 디스크가 동시에 오면서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해야했지만 어떻게든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용하다는 병·의원은 다 찾아다녔고, 침술원에서 피도 참 많이 뽑아 봤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받게 된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으로 다시 기적처럼 뛸 수 있게 됐지요.”

불혹을 넘긴 11살 딸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박 선수의 경우 체력적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계절마다 자라와 개구리 등의 보양식을 꾸준히 챙겨먹고 각종 비타민과 간장약 등 각종 영양제를 한 움큼씩 먹고 있어 팀 동료들로부터 ‘약쟁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자식을 둔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겪어야 하는 일이지만 “훈련 때문에 딸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 늘 미안한 생각이 든다”는 그는 출산 후 한때 체중이 20kg 이상 늘면서 심한 우울증을 겪으며 선수생활에 큰 위기를 맞았지만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한 아이의 엄마와 현역 마라톤 선수로서의 멋지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시 마라톤화를 고처신고 2년간 달리고 또 달리는 등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2년 군산새만금 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42.195㎞)에 출전해 1위와 불과 55초 차이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재기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근력강화를 위해 참가한 산악마라톤대회인 TNF 100 KOREA 국제트레일러닝 50㎞부문에서 여자부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42.195㎞의 풀코스를 2시간30~40분대에 주파하려면 100m를 23~24초 정도의 빠르기로 뛰는 꼴입니다. 이 때문에 주위에선 이젠 나이도 있으니 부상당하기 전에 은퇴하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제 자신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나 주로위에서 뛰는 순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조석준 기자  yoha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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