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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이심전심의 별빛가루 여인<이상주>
동양칼럼-이심전심의 별빛가루 여인<이상주>
  • 이상주
  • 승인 2017.11.0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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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 중원대 교수

(이상주 중원대 교수) 그들은 미팅장소인 다방에서 잠시 대화하다가 순두부로 유명한 그집식당으로 갔다. 대다수 거길 들린다.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는데 둘 마음을 아는 듯 사랑의 SOS가 흘러나왔다.

걸으면서 넌지시 물어봤다. 미팅하면 이름을 알려달라는 남학생이 많지요. 네 전화번호도 알려달라고 해요. 알려줬어요. 아니요 집요하게 물어도 안 알려줘요. 집주소도 알려달라고 하지요. 안 알려줘요 귀찮을 정도예요. 좋은 전통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그냥 그렇죠. 그 전통을 잘 지키세요 우린 참 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저도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전통인데요. 미팅해서 한 번도 이름을 물어보지도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전화번호도 집주소도 안 물어보고 안 알려줬습니다. 그래요. 또 애프터신청을 해본 적도 없고 애프터신청을 받아준 적도 없습니다. 그래요. 예 오늘 우리는 서로 좋은 전통을 지닌 사람끼리 만났으니 전통을 잘 지킵시다. 서로 얘기하다가 시간이 되면 서로 헤어지는 겁니다.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초상식적인 발언에 의아해하고 기대에 어긋나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둘은 대화하면서 시내버스정류장에 왔다. 그녀가 버스계단에 막 오르려고 할 때 그가 말했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질 걸 염려하듯 헤어지면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는답니다. 잘 가세요. 또 만나겠지요.”그녀가 답할 시간이 없었다.

그날 이후 몇달만에 청탑제과점에서 그녀를 만난 것이다. 이날부터 그들은 그들만의 전통을 깨버렸다. 양식집 비전에 가서 3,000원하는 비프스테이크도 시켰다. 경양식집 마주앙에 가서 마음을 가까이서 마주보았다.

청주시청 앞 2층 칸막이맥주집 환상적인 홍등불빛 아래서 맥주잔을 부딪치며 그가 말했다.“이 맥주는 특별한 맥줍니다. 영국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맥주를 마시는 관습이 있답니다.”그녀의 전공은 영어다. 영국은 관습법이 발달했다. 순간 그녀가 약간 상기되고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며 모기 목소리로 ‘여기는 한국인데요’‘여기가 한국일지라도 내 그대를 만날 땐 영국인이 되고 싶소’그녀는 더 이상 대구하지 않았다. 얼굴이 홍당무미소가 됐다. 이심전심의 반증이다.

그는 그렇게 말해놓고 내성적인 성격에 멋 적어 잠시 아무 말도 하지않고 있다가, 자주 지성미를 보여주어 고마워요. 그녀가 우리 또 한 잔해요 했다. 그말은 그녀도 영국인이 되고 싶다는 말이었을까. 그녀의 마음은 그의 눈동자에서 반짝반짝했다. 그의 마음은 그녀의 눈동자에서 별빛가루가 되었다. 사랑은 직설적으로 말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 사랑한다 말하지 말고 사랑한다 말하라. 사랑을 영원케하는 언어미학이다.

1979년9월저녁, 우암동 하숙집 옥상에 특설무대를 만들고 대한민국하숙사에 전무한 하숙생쌍쌍축제를 개최했다. 여학생들이 선뜻 참석하기 어려운 때였다. 그녀가 기꺼이 왔다. 술잔 속에서 키스한 써니텐과 드라이진이 감미로웠다. 기상천외한 초유의 축제분위기에 젖어 파트너들이 11시가 돼도 갈 생각을 안 했다. 하늘이 창의적 축제에 감동하여 하늘도 낭만을 즐기고 싶어 가랑비로 발길을 잡아놓았다. 있으라고 이슬비온다고 농담하며 모두들 가기 싫어했다. 그 시절엔 아홉시면 늦다고 할 때다.

그후 그와 그녀는 사랑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서로 마음으로만 사랑을 확인한 채, 서로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 사랑한다고 해서 다 결혼하는 것도 아니며,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 결혼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환상이고 결혼은 현실이다.

1990년 청주용두사지철당간학술대회 시작시간에 맞추려고 적십자사를 향해 앞만 보고 석내과 앞을 빠르게 걸어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맞은편으로부터 지나가던 한 여성이 그를 알아보고 웃으며 인사하려고 멈췄는데, 그가 몰라보고 지나치자 멋쩍게 웃고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스쳤다. 아 퀸카 그녀였다. 급히 뒤돌아가서 그녀의 앞을 가로 막고 안녕하세요 참 오랜 만이군요. 네 뵙게돼서 정말 기뻐요. 10년이 지났는데 그녀도 한 눈에 그를 알아볼 정도로 뇌리에 남아있었나보다. 그때 그가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군요. 아니에요 이제 30대인걸요. 언제나 그대의 아름다움은 영원할 겁니다. 서로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다. 그 이후 그녀의 소식은 모른다. 알아서도 안 된다.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한 말이 그녀에게만은 영원하리라 믿었다. 또 그가 그녀에게 한 말을 그녀도 영원히 믿을 거라 믿었다. 그녀와의 이심전심의 연정은 ‘별빛가루여인의 환상곡(幻想曲)’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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