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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행동하는 평화, 그리고 선수의 인권
동양에세이- 행동하는 평화, 그리고 선수의 인권
  • 이혜원
  • 승인 2018.02.1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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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보은교육지원청 장학사>
이혜원 <보은교육지원청 장학사>

계속 이어지는 한파로 걱정되었던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비교적 덜 추운 가운데 진행이 되었다.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인 하나 된 열정, 그 열정의 뜨거움과 간절함을 하늘이 들어준 것 같다.  ‘행동하는 평화’를 주제로 오륜과 오행을 뜻하는 5명의 해나래, 아라, 푸리, 비채, 누리의 등장은 탁월한 설정이었다. 시간여행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여 하늘과 땅 사람이 조화를 이룬 평화로운 땅을 만나는 스토리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교육자였던 피에르 드 쿠페르댕이 보았어도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올림픽의 기본 이념인 평화가 개막식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은 어떤가? 평화로운가? 선수의 인권이 지켜지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동계올릭픽을 바로 앞둔 1월 쇼트트랙 금메달 후보인 심석희 선수를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10년을 지도해 온 코치가 폭행한 것은 우리 스포츠계의 곪은 부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였다. 지난해 야구유망주 안우진은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으로 후배를 폭행하여 3년간 자격정지를 받았다. 후배 폭행 이후 “앞으로 야구만 잘해야 되겠다”고 말하며 그가 나타낸 태도는 성과주의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테니스를 하던 김은희씨는 11살 때 합숙훈련 기간에 새벽 운동을 시작하기 전 코치가 먼저 깨워 자신의 숙소로 데리고 가서 성추행과 성폭행을 한 것을 15년 만에 고소하였다. 왜 이렇게 사회 곳곳에 괴물이 많은 걸까? 2013년 중학교 검도부 코치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자신의 16살 제자를 죽도와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평소 얼마나 코치가 때렸으면, 죽음에 이르도록 맞아도 학생은 그 자리에 있었을까? 2003년 천안초 합숙소 화재로 축구부원 9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군대 내무반보다 더 비좁은 곳에 24명이 훈련을 마치고 잠자던 그 곳, 안타까움을 넘어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린 것은 학생들이 도망칠까봐 축구부 감독이 합숙소 문을 잠가놓고 퇴근한 사실이었다.
축구부 합숙소 화재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폭력을 경험한 초등학교 학생 선수는 74.9%, 중·고등학교 학생선수는 78.8%, 대학교 학생선수는 89.7%나 되었다. 성폭력은 초등학교 학생선수 14.9%, 중?고등학교 학생선수는 63,8%, 대학교 학생선수는 16.2%로 밝혀졌다. 수업에 대한 결손도 심각하게 나타났다. 폭력과 성폭력의 가해자는 주로 감독이나 코치, 선후배였으며 가해 장소는 훈련장소, 합숙소로 조사되었다. 폭력은 지도란 명분으로 일상화 되었고, 위계구조에 의한 폭력이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선배로 지도자로 올라가기 때문에 또 다시 폭력이 재생산되었다. 성폭력의 발생은 불평등한 권력구조, 위계적인 폭력 문화와 구조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학생선수의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정책 시행을 교육기관에 권고하였다. 학생선수의 수업결손 최소화, 초등학교 합숙소 폐지, 최저학력인준제도 마련, 폭력 예방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종합 대책 수립, 지역별 리그제 도입 및 유소년스포츠 축제 실시 등이 주요내용이다.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 제정도 권고하였다. 국가인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12년 1월 26일에 학생의 자발적인 체육활동을 권장·보호 및 육성하기 위해 학교체육진흥법을 제정하고, 이전에는 선수로 칭하였던 운동선수를  학생선수라고 새롭게 정의하였다.

아동복지법에 18세 미만으로 정의된 아동으로서의 권리를 국제인권기준에 맞추고자 했던 것이 학생선수의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권고의 기본 방향이다. 학생선수를 학교운동부 소속 선수나 통합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로 정의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아동복지법에 따라 선수든, 학생이든, 학생선수든 누구든지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은 모든 활동에 있어서 그들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은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 생존과 발달을 보장 받을 권리, 관점을 존중 받을 권리, 사생활을 보호 받을 권리,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야 할 권리가 있다. 이런 권리를 선언적으로 법에만 명시해 둘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법을 구체화하고 현실을 바꿔 나가야 한다. 더불어 학생선수들의 훈련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동시에 인문 심리적, 발달적 접근을 고려하여 실시하여야 한다. 평화 퍼포먼스만으로는 행복하지 않다. 천안초 합숙소 축구부 화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추모시가 아직까지도 내 마음을 울린다.
“너희들의 죽음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 그리고 변하지 않는 세상에 너희를 낳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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