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UPDATED. 2018-09-20 07:18 (목)
기자수첩 /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 길
기자수첩 /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 길
  • 조석준 기자
  • 승인 2018.03.06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태평양을 건너온 성폭력 고발운동인 ‘미투(Me too·나도당했다)’ 바람으로 하루하루가 떠들썩한 가운데 지난 5일 차기 여당 대권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충남도지사의 여성 정무비서가 한 방송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수시로 당한 사실을 고백하면서 집권 여당은 물론 국민 모두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최근 한 달 새 성폭력가해자로 지목받은 각계각층의 인사만 30여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미투운동 확산으로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해자로 알려진 사람들은 도지사, 전 검사장, 교수, 중견배우, 시인, 신부(천주교), 인간문화재, 극단대표, 영화감독, 연출가,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절대 ‘갑’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반면 피해자 대부분은 ‘갑’의 말 한 마디에 자신의 미래가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절대 ‘을’의 신분이다.

사실 위계에 대한 성폭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행돼 왔으나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몰려 소송을 당하기 일쑤였기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현직 여성 검사가 상관이었던 전 검사장이 자신을 성추행했고 이를 문제 삼자 인사 상 불이익을 줬다고 폭로하면서 미투운동이 촉발됐다. 이어 지난달 20일 중견 배우이자 청주대 연극과 교수였던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격적인 미투운동이 일기 시작됐다.

사실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이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 했다. 방송에서 깨끗한 이미지와 딸바보로 알려진 그가 자신의 모교에서 후배이자 제자, 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으리라곤 상상조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도 당사자가 아닌 목격자나 익명의 자술서에는 낯 뜨거운 내용들로 가득했으나 피해학생이 직접 밝힌 내용에는 성추행이라 보기에 석연찮은 부분도 없지 않았다. 더욱이 조민기의 소속사가 밝힌 공식입장에선 “조 교수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언행이 일부 학생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대학에서 성추행으로 중징계를 당한 적이 없다”며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의도적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위법행위에 대해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 하겠다”고 밝히며 억울해 했다. 조민기의 이러한 태도에 격분한 피해자들이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성추행 피해사실들을 잇따라 털어 놓으면서 조민기의 주장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고 각계각층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미투운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처벌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갑질 성문화를 뿌리 뽑기 위해선 체계적인 미투 후속대책을 마련해 인권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충청대로 103 (율량동)
  • 대표전화 : 043)218-7117
  • 팩스 : 043)218-7447,7557
  • 창간 : 1991-12-29
  • 제보전화 : 043)218-722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원중
  • 명칭 : 동양일보
  • 제호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 등록번호 : 충북 가 00003
  • 등록일 : 1991-12-27
  • 발행일 : 1991-12-27
  • 회장 : 조철호
  • 발행/인쇄인 : 유영선
  • 편집인 겸 편집국장 : 김영이
  •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동양일보 '이땅의 푸른 깃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ynews@d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