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푸성귀는 떡잎부터, 잘 될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데가 있다는 뜻이다.

선거철을 맞아 이 ‘떡잎부터’가 문제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런 현상에 국민들은 식상해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달리 제재할 수가 없어 천상 유권자들의 심판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모름지기 국민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해 주는 게 의무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잘 살 수 있게 해 줘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정치인이라면 선수(選數) 제한없이 종신(終身) 정치인으로 추앙받아도 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인간 됨됨이가 지극히 정상이어야 한다. 그 인간 됨됨이가 바로 떡잎이다. 정상보다 나은 떡잎이면 더할 나위 없지만 요즘 같은 아사리 정치판에서 그저 보통 수준의 떡잎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당 저당 왔다 갔다 하는 철새 정치인이나 신의를 저버리는 정치인들, 그중에서도 정치신인들은 떡잎을 잘 가꾸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근 들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충북도지사 선거에 도전했던 신용한씨가 며칠 전 돌연 바른미래당으로 옮겨갔다. 그는 입당 이튿날인 6일 충북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일자리 특별도(道)를 만들겠다며 의욕을 불살랐던 그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예비후보등록을 미뤄 온 까닭이 비로소 밝혀진 셈이다.

그의 바른미래당 입당은 최소한 충북당 입장에서 볼 때, 통합에도 불구하고 뜨지 않는 당의 존재감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론 자유한국당에 있어봤자 후보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후보를 보장해 줄 바른미래당이 더 매력일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계산일 뿐 유권자들은 신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그를 곱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신용한은 박근혜 정부때 장관급인 청와대청년위원장(2014~2015년)으로 픽업될때까지는 고향인 청주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20대 총선때 청주흥덕구에 출마하면서 그나마 이름이 알려졌고 지난해 대선때 자유한국당 대통령 경선에 참여한 전력이 있을 뿐이다. 자유한국당의 수혜자이면서 박근혜 키즈다.

그의 입당에 바른미래당의 유일한 충북도의원인 임헌경 청주시장예비후보가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는 자유한국당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한지 얼마나 됐다고 손바닥 뒤집듯 당을 바꾸고 공천을 거머쥔 게 새정치냐며 이는 자기부정이자 정치쇼, 저급한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충주시장을 노리는 이언구 전 충북도의회의장도 쇼를 보여줬다. 그는 지난 5일 자유한국당 탈당을 예고ㅤ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항간에선 바른미래당으로 옮겨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당내의 설득과 반발에 부딪쳐 탈당결행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10대 전반기 도의회의장을 지내는 혜택을 봤다. 얼마 전에는 민주당 쪽에 입당을 타진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 과거 모시던 어른을 짓밟는 행태 역시 입줄에 오르내린다. 자유한국당 박경국 충북지사예비후보는 이원종 전 청와대비서실장(전 충북도지사)에 대한 탄원서에 서명을 거부했다고 한다. 물론 죄가 있으면 처벌받아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고 서명을 하고 안하고는 자유다. 그런데 이 전 지사와 박 예비후보와의 관계를 역산하면 답은 나온다. 이 전 지사가 9년 동안 충북지사를 할 때 그는 과장, 국장을 했다. 일부러 탄원서를 찾아 서명은 않더라도 눈앞에 내미는 탄원서를 외면한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못한다. 그는 충북지사 출마선언을 할 때도 충북도정이 포기와 좌초, 쇼의 연속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민선5기 초반 2년2개월동안 행정부지사로서 이시종 지사 밑에서 근무했다. 참모로서 25%의 지분을 가진 그가 ‘이시종 충북호’가 잘났든, 못났든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아무리 선거가 상대를 밟고 넘어가야 하는 처절한 싸움판이라 해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와 신의까지 밟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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