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환 <청주시 청원구 환경위생과>

지난해 9월 일본 교토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주택가 골목 어디를 둘러봐도 쓰레기통을 찾기 힘들었고, 신기하게도 떨어진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깨끗한 거리를 거닐 수 있음에 부러움이 느껴졌고 여행길은 한층 더 즐거웠다. 나도 자연스럽게 버리려 했던 쓰레기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게 됐다.
여태껏 쓰레기 문제가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문제라고 여겼지만, 환경위생과로의 인사 발령은 내게 큰 전환점이 됐다. 지금까지 간단한 쓰레기 배출방법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나 역시 쓰레기 문제에 일조를 하고 있던 셈이다. 
쓰레기 배출방법 문의에 답변하기 위해 알아보니 요령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배출하면서 한 번만 정확히 알아둬도 자연스레 몸에 배게 됐다. 다만 규격봉투를 갖추고 쓰레기를 분류해야 하는 것은 조금 불편했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및 수거요청 전화가 걸려온다. 
현장에 나가보면 불법투기 경고판이 무색하게 어지럽게 나뒹구는 각종 폐기물, 음식물이 바닥에 흘러서 발생하는 악취 등으로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런 장면은 집을 나서자마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치우고 치워도 반복되는 ‘끝나지 않는 싸움’인 것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쓰레기 배출이 올바르게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분류배출을 해야 하는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쓰레기와 함께 본인의 양심을 담아 버리는 것이다. 
쓰레기가 배출된 후에는 수거하고 처리하는 단계에 수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듯이 근본적으로 쓰레기가 올바르게 배출되지 않는다면 이후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청주시는 지금도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수거하고 투기자를 색출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조치를 행하고 있다. 불법투기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봄·여름철을 대비해 불법투기 야간 점검을 펼쳐 무단투기자를 계도하고 단속을 하고 있으며, 올바른 쓰레기 배출방법을 정착하기 위해 아이도 시민운동 등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정말 획기적인 대책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시민들의 근본적인 의식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환경정화 노력 역시 무의미한 행정력 낭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나날이 편리해지고 사람들은 갈수록 편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올바른 불편함’을 저버린다면 쓰레기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골칫덩이로 남게 될 것이다.
몰라서 못했다는 말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쓰레기 배출방법에 관해 친절하고 정확하게 답변을 할 준비가 돼 있으니 언제든지 문의를 줬으면 좋겠다. 관심을 갖고 나부터 시작해 우리 모두가 ‘올바른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하루빨리 깨끗한 거리를 거닐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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