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 정식재판 회부에도 약식기소와 같은 형량
법원 “음주측정거부 큰 범죄…피고인 반성 고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돼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정식재판에 넘겨진 전 청주시 상당구청장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8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중훈(58) 전 상당구청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에 불필요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음주운전에 단속되는 것도 나쁘지만 측정거부는 법정형이 더 큰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청주시 흥덕구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해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음주운전 의심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되고도 수차례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 전 구청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는 경찰에서 “진정제와 감기약을 먹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앞서 법원은 검찰이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한 이 전 구청장을 이례적으로 정식재판에 직권 회부했으나 지난달 검찰은 약식기소 때와 같은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일각에서는 약식 기소됐던 사건을 정식재판에 넘기고도 약식명령과 같은 형량을 내린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 간부 공무원의 입장에서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심리만 하는 약식명령과 달리 정식재판의 경우 공판에 반드시 출석해야 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지역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원 관계자도 “당시 재판부가 관련 서류를 검토한 결과 직접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피고인의 가중처벌을 위해 정식재판에 회부한 것이 아니라 재판 진행절차상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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