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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보도연맹 문화실장 정지용 시인<이석우>
풍향계-보도연맹 문화실장 정지용 시인<이석우>
  • 이석우
  • 승인 2018.03.1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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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시인

(이석우 시인) 국민보도연맹(국민보호선도연맹, 약칭은 보련)은 일제 강점기의 정치범 전향 교화 시설인 대화숙을 모방해서 1949년 6월 5일 만들어진 정부기관이 아닌 임의 단체이다. 이 아이디어는 정치검사 오제도에서 나왔다.

1947년~1948년에 좌익 활동가는 이미 박헌영이 주도하는 남로당에 가입되어 있었고 이들은 대부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상태였으므로 보련이 결성될 때는 좌익분자는 별로 없었다.

때문에 공무원이나 경찰은 할당된 가입 인원을 확보하려고 식량과 비료를 무기로 삼거나 가입하지 않으면 외부 출입을 10리 이상 못한다고 협박하는 등 온갖 감언이설로 가입을 권유하고 있었다. 이리하여 6.25가 터지기 전 30만 명을 넘어서는 맹원을 확보하였다.

보련에 가입한 문화예술인에는 정지용(문인), 염상섭(문인), 정인택(문인), 황순원(문인), 김기림(문인), 박태원(문인), 이무영(문인), 임학수(문인), 김용호(문인), 이봉구(문인), 설정식(문인), 박영준(문인), 백철(문학평론가), 이병기(학자), 양주동(학자), 김용환(만화가), 신막(음악인) 등이다.

이 때 가입한 사람은 대부분 농민이나 이미 전향했던 남로당이었는데 정지용 같은 시인이 협박과 회유를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946년 이화여대에서 해임상태에 있던 지용은 1948년 2월 교수직을 파면이나 다름없는 사임서를 제출한다.

이즈음 지용의 작품들은 국가이념 위반 저작물로 분류되고 있었다. 보련 가입의 압력이 가중되는가 싶더니 1949년 9월 15일 10 편이 넘는 그의 작품이 모든 교과서에서 삭제되고 말았다. 작가의 생명을 끊어 버린 것이다. 지용은 1949년 11월 4일 녹번보도연맹에 쓰라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진 가입의 형식을 선택한다. 복직과 문학작품의 헤금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보련은 특별, 보통, 정(正)으로 구별하여 특별맹원이 되면 복직, 복교 등을 알선해 줄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실제 보련 1주년을 맞아 서울에서는 약 7000의 특별맹원을 탈퇴시킨다.

5.10 선거 이전에 좌익 계열에 가담했다가 자진 이탈했거나 정부 수립 후까지도 좌익 계열에서 활동했으나 자진 이탈하여 공산주의 타도에 충실한 자, 또한 국가 기관에 충실히 근무한 자수자 등으로 탈맹 자격 심사규준이 보도되었다.

1949년부터 도민증이 발급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보련은 이를 받을 수 없었다. 대신 ‘국민보도연맹회원증’이 발급되어 사실상 비국민으로 분류된 주홍글씨의 표식이 손에 쥐어 졌다.

보도(保導)란 무슨 뜻인가. 편안하게 보호하고 이끌어준다는 뜻이 아니던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가입시키더니‘요주의 신원증’을 만들어 족쇄를 채워버린 것이다. 출발부터 국가가 개인의 인권을 기만하는 술책을 동원한 것이다. 정부가 민족자존의 역사의식과 인간 존엄의 가치관을 외면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보련을 반동분자’로 규정하여 문서로 기록하였다. 실제로 점령지역에서 보련을 의용군에 강제 집집하거나 자위대에 동원하였다. 그러나 각종 사업에 동원되어도 책임부서 일은 주어지지 않았으며 그냥 협조하는 정도의 일을 시켰다. 북한 정권은 이들을 신뢰하지 않고 감시와 통제로 일관하였다. 이로써 이들은 남한과 북한에서 동시에 생존을 구걸해야하는 기구한 운명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 정지용은 국민보도연맹 문화실장으로 공산타도를 외치다가 북한군에게 납북되어 평양감옥에서 숨지고 말았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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