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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나는 날마다 조금씩 자란다
동양에세이/ 나는 날마다 조금씩 자란다
  • 박선희
  • 승인 2018.03.29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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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충북도 관광마케팅팀장)
 
박선희 <충북도 관광마케팅팀장>
박선희 <충북도 관광마케팅팀장>

 

이십오년의 시간이 휙 지나가 버렸다. 어디로 튈지 모를 탁구공처럼 엉뚱함과 호기심 가득했던 이십대 초반,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분위기에 휩쓸려 경험을 쌓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의 공직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엊그제 오랜만에 대학시절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 왈, 내가 처음 공무원을 한다고 했을 때 일 이년도 못 가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단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런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잘 다니고 있으니 대단하다며 웃는다.

사실 그땐 내 생각도 그랬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나는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나를 이끌어주고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며 가끔은 일침도 주저하지 않고 해주셨던 고마운 분들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인복(人福) 만큼은 많은 사람이라는 걸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중 세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렸던 1992년 1월 16일, 가로수 길의 설경을 만끽하며 나는 첫 근무지로 향했다. 그리고 첫 번째 멘토를 만났다. 친구처럼, 언니처럼, 때론 선생님처럼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곁에서 알려주고 세심히 가르쳐 주었던 고마운 그 분을 잊을 수 없다. 함께 일하는 동안 정말 많은 추억을 함께했고, 그 분을 통해 난 어쩌면 공직이 나와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은 희망들을 갖게 되었다. 그때 그 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아쉽게도 함께 근무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가족의 사업을 돕겠다며 그만두셨지만 여전히 우린 가끔씩 만나 서로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다른 곳으로 부서를 옮기면서 운명처럼 정말 생각지 못했던 분을 만났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출근해 사무실을 말끔히 정리해 놓고 직원들을 맞이하던 나이 지긋한 여사님이셨다. 낯선 곳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겨주고 늘 걱정해 주셨다. 그 분 덕분에 즐겁게 일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얼마 전 함께 식사를 하던 중 그 분이 처음으로 얘기를 꺼냈다.

“선희는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 같이 근무할 때 어느 날 오더니 ‘서 여사님한테는 엄마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라고 얘기를 하더란다. 너무 오래되어 난 기억에 없지만 그분은 생생하게 그 말을 기억한다며 슬하에 자녀가 없었던 그 분은 그때부터 나를 딸처럼 생각하게 되었단다.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린 서로에게 딸과 엄마로 소중한 추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분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늘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늘 춤추게 했던 그런 분이었다. 어려움이 생기면 기꺼이 해결사가 되어 주셨고, 잘못이 있으면 단호하게 혼도 내며 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너무나 훌륭하고 고마운 최고의 멘토다. 퇴직하신 후에도 자신의 공직생활을 통해 겪었던 지식과 지혜들을 아낌없이 나누며 여전히 바쁘게 살아가고 계시는 그 분을 보면서 나는 배우고 또 배운다.

그 외에도 내겐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난 여전히 아는 것 보다는 모르는 것이, 잘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이 훨씬 많은 사람이기에 늘 보고 느끼고 배우며 나는 날마다 조금씩 자라고 있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고 했던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 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처럼,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될 수많은 나의 스승들을 기다리며 스스로 성장해 가는 기쁨을 열심히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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